지난 26일 황인성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광정책 심의위원회는 내년부터 해외여행자에게 30달러의 출국세를 물리고,내국인의 관광호텔 숙박료에 2%의 관광진흥기금을 부과하여 관광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등의 관광진흥책을 발표했다. 또 9월부터 특급호텔 사우나의 주 1회 정기휴일을 없애고,관광호텔 각테일바의 영업시간을 새벽 2시까지 허용하며,주요 관광지내 관광업소 부대시설의 영업시간 제한도 점차 완화해주기로 했다.27일에 열린 행정쇄신위는 국제공항에서 여행자의 핸드백이나 휴대품을 일일이 개봉하지 않고 금속탐지기를 이용하도록 하는 등 검색제도의 개선을 의결했는데,이것도 관광진흥과 관련이 있는 항목이다.
부진한 관광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정부는 이처럼 각종 제한을 완화하고,5천억원의 진흥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출국세는 반대여론에 밀려 보류됐다. 각종 제한들은 전 정부가 묶었던 것이고,출국세 등은 이 정부가 신설하려던 것인데,문제는 전 정부와 새정부의 발상에서 공통점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 공통점은 신중성의 결여와 행정만능의 사고방식이다. 관광호텔의 사우나와 칵테일바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한 것은 과소비 진정과 에너지 절약을 위한 하나의 상징적 조치였는데,그런 결정을 내리기전에 에너지 절약이라는 플러스와 관광객들이 불만을 갖게 될 마이너스적 측면을 신중하게 저울질했는지 의문이다.
관광이란 휴식과 즐거움을 누리려는 여행이다. 하루종일 관광으로 피곤해진 몸을 사우나로 풀려고 했더니 정기휴일이라 문을 닫았고,술좀 마시려고 했더니 모든 술집이 자정에 문을 닫느다면,외국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나라가 되기 어렵다. 관광호텔의 사우나와 바를 이용하는 사람들중에는 내국인이 많으므로 관광객에게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나,정부가 획일적으로 모든 관광호텔에 이런 조치를 취했던 것은 잘못이다.
출국세나 내국인 숙박료 인상안(실질적으로는 인상이다)도 즉흥적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출국세를 징수하는 나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우리가 그런 나라들의 수준으로 내려가서는 안된다. 국제적인 안목으로 관광정책을 심의하는 사람들이 그런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무슨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무려 2만4천원이 넘는 세금을 출국할 때마다 낸단 말인가. 국민에게 함부로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관광진흥팀은 지금 「헌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는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국민이 보기에는 그렇지가 않다. 새집을 지으려면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즉흥성과 행정만능,그 두개의 병폐를 버려야 진정한 관광진흥책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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