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치사상 처음으로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국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집권당 거물인 옹 텡청 후보의 우세가 당연시되면서도 지명도가 떨어지는 은행가 출신 추아 킴 요 후보가 막판까지 선전함에 따라 예측불허의 접전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부소유인 TV방송은 밤 9시 정규 뉴스시간에 8시에 끝난 투표장면을 보여주면서 밤11시께 첫 개표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권자가 1백70만명밖에 안되고 설비 통신 안보가 잘돼있는 싱가포르에서 개표는 상식적으로 서너시간이면 충분하다.
개표는 8시30분을 전후해 일제히 시작됐다.
선관위는 각 개표소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고 밝힌바 있다. 각 후보측 또는 공공감시기관의 개표참관이 불허된다는 말이다. 한켠에서는 집권당의 기득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래풀스 연구소에 설치된 한 개표소에서 옹 후보를 지지하는 집권당 제2부 사무총장이자 외무장관인 원 칸 생씨가 개표상황을 참관했으나 추아 후보측 참관인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개표소는 밤 11시15분에 개표를 끝냈다. 그러나 TV는 주말 영화프로 2개를 자정을 넘어서까지 연속 방영하면서 개표상황엔 침묵으로 일관했다. 방송국 전화가 시민들의 항의전화로 불이난 것은 불문가지다. 겨우 새벽 1시께 개표에 대한 첫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개표가 진행중이니 결과가 입수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자막이 고작이었다. 개표가 사실상 끝난 시간이었다. 유흥프로가 이어진 가운데 20분마다 같은 자막이 나오다가 개표결과가 발표된 것은 새벽 3시30분. 투표가 끝난지 7시간30분만이었다. 선관위 관계자가 중앙집계소 밖에 나와 손에 든 발표문을 읽은 것이 국민 모두가 기다려온 개표결과의 전부였다.
선관위는 개표결과 발표가 늦어진 것은 펙스기계에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더이상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한 신문은 『얼마나 많은 시민이 개표결과를 기다리다못해 잠이 들었을까』라고 상황을 빗대 묘사했다. 보통 나라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상상도 가지 않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싱가포르의 정확한 정치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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