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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성공 지지만으론 한계”/칩거끝내고 개혁전파 앞장 이한동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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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성공 지지만으론 한계”/칩거끝내고 개혁전파 앞장 이한동의원

입력
1993.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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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입장 탈피 주체로 나서야”/지구당·수련회등 특강서 열변지난 27일 아침 서울 롯데호텔 연회장에서는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지방의회 지도자과정 동문회의 조찬특강이 열리고 있었다. 특강의 주제는 「왜 이대로는 안되는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현 정부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동참을 유도하는 내용이었다. 참석자들은 연설의 성격상 민주계 인사중 한사람이 연사로 나오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단에 오른 사람은 의외로 민정계의 대표적 중진중 한사람인 이한동의원. 연설이 시작되자 참석자들의 놀라움은 더 커졌다.

『우리는 지금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안보상의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국가발전의 벽에 부딪쳐 있다. 이를 극복하고 21세기의 통일조국과 번영을 이룩하는게 신한국 창조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타성을 버려야 하며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국민이 정부의 개혁작업에 박수만 치는 관객의 입장에서 벗어나 개혁의 주역으로서 이에 동참해야 한다』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작업에 대한 그의 철저한 이해와 동조를 느끼기에 충분한 얘기들이다. 청중의 호응도 역시 「매우 뜨거웠다」는게 연설을 지켜본 이 의원측 관계자의 전언이다.

새정부 출범이후 「구룡산(이 의원 자택 뒷산) 칩거」로 표현됐던 이 의원의 신중했던 행보가 요즘들어 「개혁을 전파하는 전달자」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의원의 수첩에는 지난 한달동안의 강연일지가 빽빽히 적혀 있다. 7일 화성에서 열린 4H연맹 경기도지부 하계수련대회에서 특강을 했고 11일에는 7천여명이 모인 농어민 후계자 경기도연합회 하계수련대회에서 연설을 했다. 과천·의왕,하남·광주,가평,수원 권선갑·을,안산 등 민자당 경기도 지구당의 하계 당원 수련대회도 그를 초청했다. 그리고 각 대학의 고위정책 교육과정에서의 특강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들어 부쩍 두드러지고 있는 이 의원의 대외활동에 대해 정가는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의원이 개혁의 전도사가 된 모양』이라며 달라진 그의 운신에 대해 의미심장한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심지어 『이 의원의 최근 행보는 일면 비정치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차세대에 대비,장기적인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측은 한마디로 「억측」이라고 일축한다. 『우리가 스스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모두 초청을 받아 가는 형식이며 연설의 내용도 순전히 이 의원의 평소 소신을 밝힌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치인의 행위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관련,이 의원측의 한 관계자는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공부하는 지도자,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는 정치인,비전을 제시할줄 아는 정치인,역동적인 정치를 펼 수 있는 정치인으로 변모하겠다는게 이 의원의 결심』이라고 소개한다. 이에 비춰보면 이 의원의 최근 대외활동은 이 의원으로서는 적은 비용으로 큰효과를 거둘 수 있는 「최선의 정치적 선택」일지도 모른다.

밖으로 드러난 행동반경은 이처럼 당외를 주무대로 하고 있지만 그의 내심은 여전히 「당내」를 지향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와관련,그는 최근 몇가지 일과 「설」로 인해 정가의 주목을 받았다.

첫째는 김 대통령과의 독대사실. 알려지기로는 김 대통령이 이달 중순께 이 의원을 혼자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같이하면서 최근의 강연활동 성과 등에 대해 치하하고 격려했다는 것. 이로인해 당내 후보 경선과정에서 다소 서먹서먹해졌던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정상회복되고 이 의원에 대한 김 대통령의 신임이 확인되었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자신은 시인도 긍정도 하지 않는 특유의 화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통령은 누구든 만날 수 있다. 대통령이 불렀다는 사실을 특별히 생각할 것 없다. 만났더라도 얘기하지 않는게 도리이다.

김 대통령 아들 현철씨와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일부 추측에 대한 이 의원측의 반응은 매우 날카롭다. 『이 의원이 현철씨를 직접 만난 것은 대선을 전후해 열린 경복고 동창회때 한번뿐이다. 두사람 모두 친인척 문제에 있어서는 지극히 신중한 생각을 갖고 있다. 이같은 추측은 두사람을 해치려는 모략일 뿐이다』는게 이 의원측 주장이다.

민정계의 또다른 실세 의원인 김윤환 전 사무총장과의 미묘한 관계설에 대해서도 이 의원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 의원 자신은 『언론이 우리 사이가 껄끄러운 것처럼 자꾸 쓰이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나는 김 총장의 정치적 장점과 인간적 매력을 좋아하며 무슨 일이든 그와 상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선 당시의 기여도 차이에 대해서는 『김 총장이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당대회로 당의 의사가 결정된 뒤에는 나도 같은 목적을 위해 같은 노력을 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당내 민정·민주계 중진들간의 합종연형 문제에 있어 그도 한 당사자에 해당한다. 지난달말 최형우 전 사무총장과의 단독 오찬으로 간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입장은 매우 부정적이다. 『지금은 당의 화합과 결속이 중요한 때다. 개인적인 정치적 장래와 관련된 움직임은 자제해야 한다. 최 전 총장과도 그런 대화를 나눴었다』는게 그의 답변이다.

어쨌든 이제 「구룡산 둥지」에서 벗어나 서서히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그의 다음 정치적 지향점은 어디일까. 『개혁은 정열과 용기만 가지고는 안된다. 지혜와 경륜,통찰력을 갖춰야 한다. 김 대통령도 정치 9단의 경륜이 있으니까 개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는 그의 말은 그가 지금 경륜을 쌓아가는 과정에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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