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율곡사업과 평화의 댐 및 12·12사태 등 3개 비리의혹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계획을 확정한뒤 곧 구체적 활동에 들어간다. 이 사건을 맡은 관계 상위인 국방위와 건설위는 그동안 조사활동을 벌이기 위한 준비를 해왔으나 민자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진전을 보지 못한채 시늉만 해왔던게 사실이다.그러다가 감사원의 서면질문 형식으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문제가 풀리자 뒤늦게 급진전을 보게 된 것이다. 여야의 정치력이 감사원의 직무의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허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래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국회의 권위를 내세울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소신도 없이 눈치나 살피는 여당의 생리는 여전하고 여기에 어쩔 수 없다는듯 끌려다니는 야당 또한 생기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무기력한 정치권이 벌이게 될 국정조사활동에 대해 처음부터 한계를 느끼고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조사대상은 90명이나 되는데 시간은 11일 밖에 안된다니 활동자체가 졸속 부실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감사원이 이미 서면질문으로 푼 전직 대통령 조사문제도 여야간에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국회가 국정조사권을 발동하는 이유는 사정기관이나 수사당국이 제대로 의혹을 파헤치지 못해 미진한 구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국회의 국정조사는 감사원이나 검찰 조사보다는 한단계위로 뛰어오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동안 여야나 국회가 보여준 움직임으로 볼때 과연 한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문제의 진상을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의문을 처음부터 갖게 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민자당이 원천적으로 봉쇄하려하기 때문이다.
국정조사활동을 벌이는 궁극적인 목적은 진실을 밝히는데 있다. 전직 대통령 조사도 이 기준에 따라 결정할 수 밖에 없다. 진실을 캐는데 필요하다면 조사해야 할 것이고 필요없다면 그만이다. 조사활동에 착수하기전부터 미리 「조사할 수 없다」고 방어하고 나서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사정이나 감사에 성역이 있을 수 없듯이 국회의 국정조사활동 역시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 전직 대통령 자신들도 예우를 내세워 피하기 보다는 스스로 적극 해명에 나서는 정정당당함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여야간에 논란이 격화하면 그만큼 상처만 더 입게 된다. 설사 시한에 쫓겨 이번 국회의 국정조사활동에서는 그냥 넘어간다 하더라도 정기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전직 대통령 조사문제는 다시 제기될 운명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자당과 전직 대통령의 전진적인 자세전환과 적극협조로 3대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져 의혹을 씻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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