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부의 축적 떳떳해질 것”/검은돈 퇴치·공평과세가 목적/과거 들추는 비리 추적은 안해/경제성장 기반 강화에도 큰 도움 전망홍재형 재무부장관은 요즘 금융실명제 전격실시이후 실명제의 정착을 위한 보완대책을 마련하느라 가장 빠른 장관이 됐다. 홍 장관은 8·12 실명제 발표이전에도 겉으로는 정상적인 재정금융정책을 집행하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수개월간 비밀리에 실명제 계획을 준비하느라 남모르게 바쁜 시간을 보내왔다. 문민시대의 출범과 더불어 첫 재무부장관으로 발탁된 그는 최근 취임 6개월을 넘기면서 『일이 많아 바빴지만 보람이 있었고 특히 문민정부 아래서 일한다는게 보람을 더해주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실명제 시행의 책임자로서 누구보다도 어깨가 무거울 홍 장관을 만나 그동안의 실명제 추진과정과 향후 전망,돌출되는 문제점과 보완책 등에 관해 의견을 들었다.
이렇게 빨리 실명제를 시행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예정을 앞당긴 건가요.
▲대통령께서 이미 여러차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드시 실시하되 가능한한 조기에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설마하고 안믿은 것이지요. 실명제 시행은 대통령께서 국민과의 약속을 신뢰성있게 지킨 것에 다름아닙니다.
실명제 긴급명령이 발표된지 이제 보름여가 지나고 있습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준비하면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해 어떻습니까.
▲어떤 제도든 한번 도입했다고 해서 성공이 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물며 경제 정치 사회적 틀을 바꾸는 실명제의 경우엔 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준비할 때에는 보안유지 문제 때문에 공개적인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준비하는 골격이 현실과 동떨어져 이상론에 치우친 것은 아닌지,거꾸로 현실을 너무 인정해 유명무실하다는 소릴 듣는건 아닌지,모든 것을 작업에 참가한 소수만이 논의해야 했습니다. 「개혁과 현실의 조화문제」가 어려웠습니다. 대통령의 지침도 받아가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많이 쏟았습니다. 이제는 폭넓게 의견을 수렴할 수 있어 좀 낫습니다.
최근 발표된 상반기의 경제성장률(GNP)이 3.8%에 그쳐 12년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제가 계속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명제를 무리없이 뿌리내리는데 악재로 작용하리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만족스럽지는 못합니다. 그나마 지난해 4·4분기를 최저점으로 해서 올라가는 추사에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고자 합니다. 하강국면과 비교해서는 분명 문제를 풀기가 낫습니다. 성장은 다소 낮겠지만 물가와 국제수지는 당초 목표대로 갈 겁니다. 농산물 냉해가 다소 문제인데 소비건전화 등으로 물가안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실명제로 인해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1% 포인트 낮아지더라도 앞으로의 경제성장력을 근본적으로 강화,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른나라들이 다들 쉬지 않고 뛰고 있는 때에 우리가 너무 벅찬 일을 하는게 아니냐는 걱정도 듭니다. 그래서 최대한 적응기간을 줄이겠다는 생각입니다.
실명제를 실시했다고 해서 모든 경제문제들이 다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다른 경제문제들도 성공할 것으로 보는 것은 실명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크지 않은가 생각됩니다만.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실명제는 경제의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실명제를 한다고 다 선진국이 되는게 아니죠. 만약 그렇다면 선진국이 되려는 나라들이 실명제만 하면 그만이다라는 논리도 가능합니다.
우리는 이제 선진국으로 가는 필요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능력에 따라 세금을 공평히 물리는 기초를 짰고 금융거래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틀을 마련했습니다. 외신들은 한국이 실명제로 인해 선진국으로의 이해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명제 시행이 고도성장기의 구각을 벗어던지는 계기라고 본다면 시사하는 바가 있는 지적입니다.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는 아직 실명제에 적응하지 못해 일종의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당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실명제가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습니까.
▲지금까지의 경제구조가 한번 정리되고 나면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는 원칙이 세워져 국민들의 힘을 결집할 수 있을 겁니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자랑스러운 존재여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그런 풍토가 자라나지 못했습니다. 실명제 이후엔 부의 축적이 사회적으로 정당하게 평가받게 됩니다. 기업인들은 더욱 떳떳해질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도 깨끗한 정치에 대한 신념이 확고부동하므로 기업들은 준조세 부담 등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는데 더 많은 힘을 쏟을 수 있습니다.
근로자들도 상대적 박탈감이 줄어들 것입니다. 근로자들의 박탈감은 임금 자체에서 연유하는 것도 있지만 투기와 과소비 등 있는 사람들의 비정상적 불로소득이 영향을 많이 끼쳤습니다.
이번 실명제가 과거를 정리하는데 너무 엄격해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충격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경제도 미래지향적인게 중요합니다. 과거를 들춰내는게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냥 지나치면 근로자나 일반 봉급생활자 등에게 앙금이 남아있게 됩니다. 결국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벌면 된다」는 잘못된 원칙이 살아남습니다. 그러나 과거를 묻는다는 것도 자세히 보면 사회통념상 지탄받아 마땅한 고액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그동안 안낸 세금을 받자는 것입니다. 세금을 받고 또 과거도 캐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10월초면 큰손들이 행동을 개시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앞으로 실명제 성공의 관건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실명전환 의무기간인 10월12일이 지나면 돈의 움직임이 다소 늘어나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실명제는 추진될 것입니다. 또 당장은 영세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일부 대기업들도 답답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합법적으로 제자리를 찾아가야죠.
답답한 부분이란 무슨 의미입니까.
▲기업들이 잘 알 것입니다(홍 장관은 구체적으로 적시안했으나 이것은 비자금을 말한 것으로 짐작된다). 대통령 담화에서 비리를 캐지는 않겠다고 밝혔으므로 빨리 세금을 내고 정상화시키기 바랍니다.
내년도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실명제는 올해중으로 정착하는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우리 경제가 구조 조정기의 후반기에 놓여있기 때문에 노사화합·경영혁신 등이 합세하면 충분히 좋은 모습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인터뷰 홍선근기자>인터뷰>
□약력
▲청주 56세
098 ▲실명제는 올해중으로 정착하는 모습 것입니다. 우리 경제099 가 구조 조정기의 후반기에 놓여있기 노사화합·경영혁신 등이100 합세하면 충분히 좋은 모습을 나타낼습니다.<인터뷰 홍선근101 기자>인터뷰>
102 □약력
103 ▲청주 5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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