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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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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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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치일을 아는가. 83년전인 1910년 8월29일 경술 국치의 그날이 망각에 묻혀간다. 치욕과 통한의 쓰라린 과거를 애써 잊으려 함인가,아니면 단순한 무관심인가. 시대적 도전과 시련은 언제나 있을 수 있다.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는 외세의 침략에 분연히 맞서고 뼈아픈 수모를 참고 이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허물좋은 이름의 한일합방은 다르다. 문서 하나로 무력하게 나라를 일본에 강탈당했다. ◆당시 민족의 통분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글이 언론인 장지연선생의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장엄한 사설이다. 하나의 제목에 민족감정이 그대로 모두 담겼다. 일제의 합방문서 제1조엔 『한국정부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하고도 영구히 일본에게 양여함』이라고 적어놓았다. 이로써 정치탄압 경제수탈 문화파괴라는 민족수난이 시작되었다. ◆이 문서는 일제가 만들고 한국인의 의사는 완전히 무시했음은 물론이다. 다만 쓸개 빠진 친일 대신 몇몇이 승인했음에 불과하다. 그래서 장지연선생은 이들을 「개·돼지만도 못한 대신들」이라고 호되게 질책까지 했다. 외세의 무력과 내부의 무력으로 나라를 송두리째 잃었으니 이것이 어찌 국치가 아니겠는가. 부끄럽고 욕된 과거라고 슬그머니 덮어두고 잊어버리고 있을 일이 아니다. 두고 두고 떳떳하게 내놓고 기억해둠이 마땅하다. ◆「개·돼지만도 못한」 그때 친일대신의 한 후손이 조상땅 찾기에 나서 우리네 아픈 가슴에 또 못을 박는다. 참고 볼 수가 없기에 국회안에 「이완용명의 토지재산 국고환수 추진 의원모임」이 따로 생겼다. 이 모임은 국치일을 하루 앞둔 어제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국회의 한일합방조약 무효결의를 서두르기로 했다고 한다. ◆원천적으로 무효인데 새삼 무효결의안 채택이라니 한편으로 의아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으나 나름대로 뜻이 있다. 강압으로 왜곡된 역사와 민족정기를 바로 잡자는 의기만도 평가받을만 하다. 더불어 할 수 있는 일은 국치일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용서는 할 수 있으되 잊지는 못한다는 명언은 역시 뼈가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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