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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언론계(한·중 수교 1년/중국의 오늘/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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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언론계(한·중 수교 1년/중국의 오늘/8)

입력
1993.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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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도입 「촌지확산」 대응/광고따라 수시증면 “새추세”최근 상해 라디오방송의 한 여기자는 1만원(한화 약 1백40만원)이 넘는 돈을 회사 간부에게 전달했다. 이 돈은 그녀가 지난 몇년간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촌지를 쓰지 않고 모아둔 것이다. 남들은 다 받는데 혼자 유별나게 행동하면 미움을 살까봐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1만원이라는 돈은 그녀의 월평균 보수(약 3백원)의 30배가 넘는 큰돈이고 그녀로선 그만큼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다.

또 당기관지 인민일보의 호남성 주재 오흥화기자(45)는 지난해말 사내에서 모범기자로 뽑힌데 이어 올해 5월1일 노동절 때는 호남성정부로부터 모범근로자상을 받았다. 돈이나 선물 등 일체의 촌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같은 사례는 거꾸로 중국 기자사회에도 촌지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에서는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행위를 「유상신문」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기업의 신상품 발표회 등에 나가 「출석비」를 요구하거나 기업의 고문으로 이름을 걸어놓고 정기적으로 금품을 챙기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개혁개방이후 명예나 지위보다 「돈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풍조가 생겨나면서 그 여파가 언론에까지 파고든 현상이다.

지난 14일 한국일보 취재단이 상해에 머물때 상해시 당위원회 기관지 해방일보는 같은날짜 신문에서 유상신문을 근절하자는 내용의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이에 앞서 인민일보는 11일자 사고에서 기자윤리기준을 제정한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협조를 당부했다. 국가적으로는 부정부패 척결의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에서 언론도 대대적인 자정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에 앞서 중국 당정은 8월초 당선전부와 국무원 신문출판서 합동회의를 열고 기자회견을 강력 규제하는 조치를 하달했다. 모든 기자회견은 사전에 신문출판서에 신고해야 하며 그 내용도 개혁개방과 국민의 정신문화 진작에 적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촌지수수의 중요고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사회주의국가의 권위주의적 언론통제로의 회귀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기자가 촌지를 받은 사실이 적발되면 일차적으로 1년간 휴직 등의 내부 징계를 받게 되지만 상습적일 때에는 영구제명과 함께 형사고발의 대상이 된다. 물론 해당 언론사는 이 사실을 사고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

인민일보의 경우 부패방지의 일환으로 철저한 성과급을 도입했다. 기자들이 월 3백∼4백원의 보수로는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회사내에 심의기구를 두어 월·연 단위로 개인당 기사게재 건수와 기사가치를 점수화해 종합판정하고 이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한다. 인민일보 유성수 외사국장은 이와관련,『성과급의 덕택으로 직위에 관계없이 월평균 1천원 이상을 받는 기자도 생겼다』면서 『보수가 적다는 것은 이유가 안된다』고 말했다.

개혁개방이 몰고온 언론환경의 변화는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민일보가 성과급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던 이완된 체제에서 독자경영 및 경쟁체제로 전환한 결과이다. 82년부터 독립채산제를 실시한 인민일보는 자매지 발간 등 수익사업을 꾸준히 성장시켜 지난해에는 5천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상해의 해방일보는 국제경제 도시의 최대 신문답게 모든 면에서 언론경쟁을 선도하고 있다. 전산제작은 더이상 자랑거리가 못되고 올해 1월부터 중국 최초로 12면 증면을 단행한데 이어 주말 컬러특집판을 신설했다.

광고가 넘칠 때는 수시로 16면 20면까지 증면한다는 해방일보 관계자의 설명은 언론의 기본적 사명에 대한 시비에 앞서 사회주의국가 언론의 엄청난 변화를 실감케 한다.

이렇게 해서 번 돈으로 해방일보는 상해 중심가에 27층짜리 빌딩을 신축,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증면경쟁 및 광고수주 경쟁은 경영합리화와 맞물린 하나의 추세로 인민일보도 12면 증면을 위해 10월부터 시험판 제작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중국 신문들이 경쟁적으로 경제부 기자를 늘리거나 다른 면을 줄여서라도 경제기사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은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춰가려는 노력의 결과다. 그러나 이 분위기에 편승,해적출판물 및 음란출판물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은 동전의 또다른 면을 이루고 있다. 또 최근 수년사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1천8백여개의 신문이 과연 독자들의 「알 권리」 충족에 합당한지를 가리는 일도 앞으로의 과제에 속한다.

문필가로도 이름이 높은 해방일보 정석만총편집(사장급)은 이 점을 의식,『건전한 경제건설과 앞뒤 가리지 못하는 돈벌이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말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등 사회기강의 해이가 곧바로 체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적인 권위지는 대부분 당이나 정부기구의 기관지이거나 대변지로 국가의 정책에 충실해왔다. 이 원칙을 아직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고 그럴 생각도 없는듯하다. 중국 언론은 그러나 「자본주의적 경영과 사회주의적 보도」라는,불완전한 형태로나마 시대에 부응하면서 새 활로를 모색하는 기회와 도전의 시기를 맞고 있다.<북경=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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