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소액… 콘손들은 꿈쩍안해/휴면·유령법인등 동원 더깊은 「참호」 탐색실명제가 시행된지 보름이 넘었지만 차명계좌의 실명전환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28일 나타났다. 은행권 예금중 차명에서 실명으로 전환한 계좌는 4만1천개로 전계좌 9천2백만개의 0.04%에 불과한 상태다. 차명에 관한한 실명제는 아직까지 「실시」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차명은 검은돈의 주된 은닉처로 알려지고 있다. 가명은 오히려 적은 편이고 대부분의 검은돈은 차명 형태로 돼있다는 것이 금융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물론 선의의 일반 금융거래자들이 세금우대를 받기 위해서 또는 은행원 등 금융기관창구 직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차명을 이용한 경우도 많겠지만 정치자금 비자금 뇌물 사채자금 등도 그 대부분이 차명에 잠겨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차명예금은 6월말 현재 주요 금융기관 실명예금(2백10조원)의 10% 가량인 21조여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중 절반은 회사원의 재테크용 등이고 나머지 절반정도인 10조여원 정도가 떳떳지못한 뭉칫돈일 것으로 금융계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차명예금이 이렇게 규모가 큰데 비해 가명예금은 전체 은행권예금의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가명예금의 실명화율은 현재 12.3%에 이르고 있다. 가명예금이 14만3천2백개나 실명화된데 반해 그 보다 규모가 훨씬 더 큰 차명예금이 4만1천개밖에 실명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남의 이름을 빌려 실명으로 위장하고 있는 차명계좌는 어떤면에서는 가명보다 더 색깔이 짙은 검은 돈이라고 할 수도 있다. 거액 차명예금주들은 실명제에 관련된 정부의 여러조치에 일절 대응을 하지 않고 바짝 몸을 웅크리고 대응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융단폭격은 일단 피하고 공격의 강도가 완화될 기미가 있는지 상황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비밀리에 실명제라는 포탄에도 끄떡않을 새로운 참호를 파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실명제가 법인 거래에는 관대한 점을 이용,휴면법인이나 유령법인 등을 통한 변칙수단으로 또다시 한 단계 더 깊은 지하로 숨어든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6일 현재 산업은행을 제외한 전 은행권(31개 시중 및 지방은행과 51개 외국은행)에서 차명을 실명으로 전환한 계좌는 좌수기준으로는 0.04%,금액은 1.8%에 불과했다.
반면 가명계좌는 전체 1백16만9천5백계좌중 12.3%(14만3천2백개)가 실명으로 전환됐다. 금액기준 실명전환율은 27.8%(전체 1조3천6백40억원중 3천7백87억원)로 차명보다 훨씬 더 높다. 가명보다 10배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계좌의 실명전환이 겨우 가명계좌 전환분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또 실명전환된 계좌의 계좌당 평균금액은 차명이 7백7만원,가명이 2백70만원으로 가명이든 차명이든 소액만 전환하고 있지 거액예금주들은 미동도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금융권은 더 부진해 증권사의 경우 4백63만5천계좌중 1천8백4개만이 차명에서 실명으로 전환,전환율은 0.03%였으며 단자는 단 89계좌만 차명을 실명으로 전환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차명계좌의 실명전환에 대한 규정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데다 아직 전환의무기간(10월12일)까지 시일이 많이 남아 거액예금주들이 전환여부를 결정하지 못한채 동정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히고 예상되는 변칙 전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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