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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시정… 「예측가능한 경제」로(경제의 새틀/금융실명제: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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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시정… 「예측가능한 경제」로(경제의 새틀/금융실명제:11)

입력
199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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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융약화로 「가격관리」쉬워져/간섭줄인 미세한 정책개발 과제우리나라 경제운영은 경제학교 교과서와는 딴판이다. 교과서적인 기본원리가 통하지 않는다. 통화량을 늘리면 금리가 내려가는 것이 정상인데 통화량을 아무리 늘려도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 좋은 예다. 정부기관의 경제예측이나 세수전망은 해마다 빗나가고 있다. 경제학적인 원리에 의해 이런 전망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경제구조가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금융실명제가 정착되면 상당부분 시정되어 교과서적인 원리가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통화금융정책 재정정책 등 거시경제 운용과 관련한 오류가 현저히 줄어들어 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높아진다. 정부정책의 통제권 밖에 있는 지하경제 규모가 국민총생산(GNP)의 25∼30%(관계기관 추정)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제대로 먹혀들리가 없다. 재무부와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정책을 수도 없이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치외법권」인 사금융시장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자들은 금융계의 검은 세력들을 제거하지 않는 한 금리조절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금융실명제가 성공하면 지하경제와 사금융계에 서식하고 있는 「경제운용의 적」이 없어진다. 김준일박사(KDI 연구위원)는 『금융실명제가 실시된다하여 사금융이 완전히 해소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으나 사금융의 세력이 현저히 약화되어 더이상 금융시장의 왜곡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의 거시경제운용에 있어서는 지하경제나 사금융이 현실적으로도 결코 무시할 할 수 없는 세력으로 인식되었지만 앞으로는 죽은 세포로 취급되어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전망이나 세수예측의 정확도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제운용계획이나 재정정책은 기본적으로 정확한 경제예측이 뒷받침되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금리조절 물가안정 부동산 투기억제 등 가격정책도 체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이제 통화당국은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금융계의 큰손들을 모두 통제권 안에 두게 된다. 매점매석 등 물가불안요인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큰손은 금융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통업계의 큰손도 유명하다. 농축수산물의 중개는 물론이고 주요 전자제품 등도 큰 손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실명제실시로 유통업계의 큰손도 맥을 못추게 됐다. 금융실명제 실시는 단기적으로 부동산 선호심리를 부추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부동산투기 억제수단이 될 수 있다. 자금추적이 쉬워져 투기자 색출은 물론이고 투기소득을 정확하게 산출,관련세금을 추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할 일도 많다. 지금까지의 정부정책수단은 원시적인데다 임시변통적이었다. 주요정책운용이 기본적으로 「수작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리조절이나 통화관리를 할 때는 당국자들이 금융기관에 일일이 전화를 걸거나 회의를 소집하여 정부방침을 전달,협조를 당부했다. 물가안정 정책은 한심한 수준이다. 막판에 몰리면 세무조사 위생검사 등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는게 버릇이 돼 버렸다. 부동산투기억제 정책도 국세청조사요원들이 일일이 수표추적을 해야 가능하다.

장승우 경제기획원 기획국장은 『정통적인 정책수단의 개발이 시급하다』며 『경제현상을 미조정을 통해 일정한 목표지점으로 유도해 나가는 섬세한 정책운용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부처간의 상호유기적인 정책조율도 잘 되어야 한다. 금융실명제는 기업과 일반국민에게 제도적인 멍에를 하나 씌운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나머지 정부간섭은 가능한한 모두 풀어야 한다. 금리자유화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통화채를 강제매각하는 식으로 통화관리를 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어떤면에서 정부의 정책수단이 상당수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책당국은 보다 정교한 정책수단을 개발해야 한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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