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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울대 눈치만 보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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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울대 눈치만 보나(사설)

입력
199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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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업무 편의만을 위한 담함 때문인가. 아니면 수험생들의 복수지원을 원천봉쇄하려는 대학들의 잘못된 집단이기주의 발로 때문인가.본고사나 면접시험날을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돼있는 새입제도에 따라 각 대학들이 택일하는 자세를 보면서 우리는 오랫동안 새장에 갇혔다가 풀려난 새들의 「잊어버린 자율기능」을 대학들의 행태에서 또다시 확인하게 된다. 아쉬움의 차원을 넘어 서글프기까지 하다.

학생선발권한을 국가에 의해 몰수당했던 오랜 세월속에서 대학들은 선발권의 반환과 대학의 자율권한 회수를 끊임없이 요구했었다. 그러나 막상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한을 발휘해 보일 수 있는 입시제도가 마련된 결과는 어떠한가. 대학들은 서로 눈치나 보다가 결국은 「국립 서울대」를 모방해 시험날짜마저 「같은날」로 잡으려는 속셈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번 대학입시에서부터는 입시날짜의 택일은 전적으로 대학의 권한에 귀속됐다. 본고사를 보는 대학과 내신성적 및 수능성적을 토대로 면접만 보는 대학들이 그룹별로 시험날짜를 3∼4일 간격으로 다르게 잡아줘야만 처음 도입되는 복수지원제가 실효를 거두게 된다.

수준이 비슷한 대학들이 시험날짜만 적당하게 달리 잡아준다면 수험생들은 2∼3회 지원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학들은 수준에 따라 실력있는 학생들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수험생들은 실력에 맞는 대학에 진학하게 돼 불필요한 재수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새 대학입시제도가 지닌 최대 장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상의 장점은 무시된채 대학들의 신입생 전형업무를 번거롭게 한다는 이유와 대학과 동문들의 잘못된 자존심 등이 가세해서 너나 없이 「서울대와 같은날」에 전형을 해야겠다는 「닮은꼴」 지향을 낳고 있다. 말로는 자율을 외치면서 자율속에서 또다른 획일을 지향하는 대학들의 의식과 행태는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대학들의 고질과도 같은 이 획일주의 성향은 오랜 관치에서 길들여져 온 것이고 그로인해 몸에 밴 현실안주와 무사안일,그리고 영원한 아류에 자족하려는 경쟁의식의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경쟁력의 제고없이는 교육개방이라는 새로운 국제적 도전앞에 살아남을 수 없다.

국내적으로도 서울대를 능가하고 싶으면 서울대에 도전해야 한다. 서울대보다 시험도 먼저 치르고,고교성적이 서울대를 못갈 정도라해도 잠재능력이 더 많은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다양하고 특성있는 선발방식을 마련해 과감하게 경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서울대를 앞설 수 있다. 그것이 세계적인 명문대로 발돋움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대학들은 입시날짜만이라도 특성있게 택일하는 자율성부터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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