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화력 장단점 파악 도움/부품 장기적 조달 안될 땐 “무용”최근 서울을 방문한 알렉산드르 쇼힌 러시아 부총리가 한국의 대소 차관을 군사무기 및 최신 군사기술 제공을 통해 상환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양국간 군사협력이 범위와 수준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러시아의 이번 제안은 자국 무기가 일단 성능이나 가격 등 경쟁력면에서 미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구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무기시장을 잃어버린 러시아로서는 한국이라는 경협파트너를 군사협력파트너로 발전시켜 무기수출선을 확보하고 나아가 차관마저 상환하는 일거양득의 포석이다.
러시아는 또 남북한의 대치상황에서 한국이 구 소련제 첨단무기를 구입할 경우 북한의 무기체제의 장단점을 평가,군사적인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에 무기제공의 추파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북한의 무기체제는 구 소련제 일변도다. 북한은 올해만하더라도 소련과 합작으로 생산하려다 중단됐던 미그29를 자체 조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을 개량한 노동1호 미사일을 개발,중동지역 판매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러시아제 무기의 성능이나 효용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한국군 공군조종사가 루마니아에서 미그29기 조종훈련에 참가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양국의 무기 및 군사협력에는 몇가지 장애물이 존재한다. 우선 한국군의 기존 무기체제는 대개 미국식을 따르고 있어 이질적인 무기간의 상호보완체제가 완비되지 않거나 부품의 장기 조달방안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제 첨단무기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도 러시아의 무기수출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방인 한국의 러시아제 무기수입을 수수방관하지 않을게 분명하다. 따라서 러시아와 한국간의 군사협력수준은 일단 미국의 의사와 국내 무기체제의 다원화계획과 맞물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단계에서는 양국간 군사 및 무기협력의 길을 연다는 점에 비중을 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최신 군사장비 및 정보교환 등 광범위한 군사협력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러시아제 신형무기를 도입,북한 무기체제의 장단점을 연구하고 제2의 한국전에 대비하기 위한 정보수집 차원의 군사협력은 당장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걸프전에서 성가를 떨친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유사한 S300 미사일 방어미사일을 개발,중국과 쿠웨이트에 제공했으며 산악전에 유리한 신형탱크 T90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최신무기의 견본도입은 시급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럴경우 미국과의 무기도입 협상에서 러시아카드를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자주 국방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의 전투기를 공동운영키로 한 말레이시아의 사례는 장기적인 한·러시아 군사협력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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