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실시단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주부명의의 고액 예금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렸는데,『증여세 공제한도를 초과하는 액수라 해도 남편이 이 돈을 적정용도로 사용한다면 증여세 부과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즉 남편명의의 집을 판돈을 아내의 통장에 입금시켰다가 다시 남편이름으로 집을 사는 경우 등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해석이다.그동안 저축해온 돈과 가계자금을 자기명의의 통장에 예금했던 많은 주부들은 실명제 실시이후 큰 걱정을 하고 있는데,이번 유권해석으로 일단 증여세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러나 주부가 과연 「경제적 무능력자」이며,한 가정의 재산을 주부명의로 갖는 것이 증여세 과세대상인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배우자간의 증여·상속에 대한 과세 폐지와 재산분할 청구권을 여성계가 요구해온 것은 벌써 여러해 전부터의 일이다. 결혼생활중 형성된 재산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하여 이혼할때 위자료 이외에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는 90년 민법 개정때 받아들여져 91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따라 주부들의 가사·육아·가계관리 등의 역할은 그 가정의 재산형성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이라는 법적인 인정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아직 세법에는 이러한 정신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비단 이 문제뿐 아니라 상속·증여 등 가족간의 재산이동에 관한 과세에는 불합리한 점이 많다.
지난봄 1차 공직자 재산공개때 어린자녀와 손자에게 거액의 부동산을 물려준 사람들이 구설수에 올랐는데,그중 한 경제전문가는 손자에게 저택을 증여하여 절세효과를 거두는 전문성을 보였다. 그 집이 아들손자로 증여되거나 상속되는 과정에서 두번 물어야하는 세금을 그는 증여세 한번으로 줄였다.
실명제 실시이후에는 가·차명계좌를 자녀나 손자녀 이름으로 실명화하여 세금없이 사전상속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명제 지침에 따르면 나이에 따라 1천5백만∼5천만원은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받기 때문에 이 한도안에서는 증여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많은 세법 전문가들은 이런 허점들을 보완하고,부부간의 재산이동에는 세금을 물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부간에 세금을 증여·상속할때 세금을 내고,이 재산이 자녀세대로 넘겨갈때 또 세금을 내게되므로,결국 한대를 넘어가며 이중과세를 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재산이 대를 건너뛰어 손자녀세대로 증여될 때는 당연히 세금이 무거워야 한다. 이런 제도는 이미 구미 여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부들은 세계에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가정의 부를 축적하는 일에 앞장 서왔다. 아내가 가계운영자금을 통장에 갖고 있다고 해서 증여세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는 많은 남편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주부명의의 부동산 취득도 1세대 다주택에 세금을 중과하는 법개정으로 대응해야지,단순히 남자명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심하게 자금출처조사를 하는 것은 남녀차별적이다. 가정경제에서의 주부역할이 많이 변한 만큼 세법도 변해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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