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서 말단까지 총체적 혼탁/당간부등 올들어 3만명 숙정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와 함께 중국 사정기관의 핵심인 감찰부(한국의 감사원에 해당)의 몇몇 실무책임자는 최근 북경주재 한국대사관을 방문했다. 한국 김영삼정부가 주도하는 부정부패 척결운동의 생생한 경험을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부정부패의 만연으로 체제유지에 위기를 느낀 중국은 그만큼 다급해졌다. 지난해에는 장관급인 해남성의 성장 양상이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도모한(이권모사) 비리가 적발돼 해임됐다. 무역관계 사설 브로커로 행세하는 아들을 위해 외국기업에게 특혜를 주고 40만원(한화 약 5천6백만원)을 뇌물로 받은 것이다.
역시 중앙의 장관급으로 지난해 해임된 전영창 교통부 부장도 비슷한 경우다. 전 전 부장은 아들이 일하고 있는 외국인 상사에 무역관계 정보를 흘려주고 뇌물을 받았다. 말하자면 가족단위의 권력형 비리다.
중국을 휩쓸고 있는 개혁·개방의 열기에 뒤질세라 그 성과를 갉아먹으며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관리들의 부정부패는 위 아래가 없다. 전화를 새로 설치하거나 우편물을 배달받을 때,심지어는 기차역에서 소화물을 부칠 때에도 하급관리들에게 웃돈을 주어야 한다.
부정부패의 유형도 다양하다. 일종의 급행료에서부터 공금유용,각종 이권개입,권력을 이용한 부동산투기,공공기관의 사영행위,정부기구간 야합,해외재산도피에 이르기까지 마치 비리백화점을 보는 듯하다. 심지어 군부가 각 성정부의 묵인하에 자동차 등을 밀수하고 있다는 소문은 중국에서는 더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감찰부의 통계에 의하면 87년 7월 감찰부 발족이래 모두 22만건의 부정부패 사례를 적발,이중 18만건에 대해 징계 등의 후속절차를 마쳤다. 이 기간중 고소 고발 투서 등으로 접수된 비리건수는 실제 처리건수의 13배가 넘는 2백90만건에 달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또 올해 상반기(1월∼6월)에만해도 총 5만9천6백여건이 조사돼 3만여명의 정부 및 당간부가 숙정됐다는 사실은 부정부패가 최근들어 오히려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7일 한국언론으로선 처음으로 한국일보 취재단과의 인터뷰에 응한 이지윤 감찰부 부부장(차관급)은 이러한 중국의 치부를 솔직히 인정했다. 그리고 개혁 개방을 통한 시장경제화의 진전과 소유제도의 혼란,황금만능주의 등이 부정부패를 더욱 조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지적했다.
뇌물로 주식이 거래된다거나 크고 작은 금융비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과거의 국가계획경제하에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다. 중국 고위 은행관리 90여명이 미화 2백80억달러(한화 약 2조2천억원)를 국고에서 빼내 1백억달러를 해외에 도피시키고 그중 일부가 국외로 도주했다는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의 최근 보도는 그 대표적인 예다.
우여곡절이 있었던 감찰부의 역사를 보더라도 중국의 딜레마를 짐작할 수 있다. 감찰부는 원래 그 전신인 「인민통제위원회」라는 이름으로 49년 건국 당시부터 존재했었다.
그후 54년 지금의 명칭인 감찰부로 확대 개편됐다가 59년 돌연 폐지되고 만다. 사회주의국가의 이상성에 비추어 관리들의 부정부패는 원칙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후 개혁·방이 시작된지 9년만인 87년 감찰부는 재발족을 하게 된다. 중국은 현실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와중에서 발생한 89년 6·4 천안문사태의 한 원인이 지도층의 비리였다는 지적은 중국 지도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에 자극받은 감찰부는 준비작업을 거쳐 올해초 당기율검사위원회와 실질적인 기구통합을 단행했다.
사정업무의 중복을 피하고 효율성을 높여 당정을 망라한 전국 규모의 총력대응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다. 현재 7만여명의 감찰요원들이 중앙기구와 각 성단위는 물론 현·시·향 등 행정말단지역에까지 배치돼 부패척결에 나서고 있다.
감찰부의 이 부부장은 『중국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법규정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사정작업의 제도화를 역설하고 있다. 제도화작업의 일환으로 91년 제정된 「행정감찰 조례」에는 최근 한국의 감사원이 입법을 추진중인 비리혐의자의 은행계좌 추적을 가능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공직자 재산공개나 금융실명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 부부장의 설명이다.
한때 주춤했다가 올해 7월부터 다시 불붙기 시작한 부정부패 척결의 단호함은 지난 21일 당기율위원회 석상에서 행한 강택민 총서기의 발언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강 총서기는 부패척결의 문제가 개혁개방의 성패를 가늠하는 국가적 목표임을 강조했다. 단순한 정치적 구호나 일과성 경고가 아닌 것이다.<북경=고태성기자>북경=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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