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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급한 중소업 전당포도 기웃/가계수표·어음등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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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급한 중소업 전당포도 기웃/가계수표·어음등 담보

입력
1993.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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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6푼 선이자 떼/사채업자 연결창구로도 이용실명제실시이후 사채조달에 어려움울 겪고 있는 영세중소업자들이 전당포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과거 술값이 떨어지거나 쌀독이 바닥나 궁지에 몰린 하숙생이나 샐러리맨 또는 가난한 주부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기웃거리던 마지막 사금고,지금은 그나마 찾은 사람이 적어 점차 잊혀져가는 향수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전당포에서까지 한푼이 아쉬운 영세업자들이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7일 관련업게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전당포에 가계수표나 어음을 담보로 맡기고 월 3∼7푼의 선이자를 뗀뒤 돈을 빌려가고 있다. 일반 사채업자와 달리 전당포 주인들은 직접 어음이나 가계수표를 할인하기를 꺼리기 때문에 어음이나 가계수표를 담보로만 잡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당포에서는 사채업자와 연계,급전을 원하는 영세기업인이나 상인들을 이들 사채업자들과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이 경우 업자들은 소개료로 사채업자들에게 1%정도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때로는 전당포주인이 소액사업을 겸하고 있어 직접 어음이나 가계수표를 할인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한 영세기업인의 말이다.

한국 전당금융연합회에 따르면 전당포는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국에 2천5백여개에 달했으나 현재는 서울에 6백여개,전국에 약 1천9백개 전당포가 영업중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금동원력이 떨어져 대부분 귀금속을 담보로 한 소액대출만을 해왔다. 그러나 실명제로 영세업자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전당포가 이들의 급전조달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서울 영등포구 K전당포에는 금융실명제실시 이후 어음이나 가계수표를 할인하려는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10여통씩 걸려 오고 있다. 주인 김모씨는 『이전에도 가끔 어음이나 가계수표 할인 문의전화가 걸려온 적이 있지만 요즘처럼 많이 걸려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심지어 공장에서 쓰는 기계나 가전제품까지 맡길 수 없겠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부천에서 종업원 6명 규모의 염색공장을 경영하는 강모씨는 실명제실시 발표이후 물품대금으로 받은 8백만원짜리 어음을 할인하지 못해 고민하다 서울 남가좌동 자택근처의 전당포를 찾아갔다. 이전에도 가계수표를 몇번 맡긴 적이 있어 잘 아는 전당포 주인에게 강씨는 『절대로 부도날 일은 없으니 이번만 봐달라』고 사정,4부선이자를 떼고 돈을 빌릴수 있었다.

물품대금으로 받은 가계수표를 들고 오는 사람도 늘고 있다. 강남 D전당포 주인 박모씨는 『가계수표는 1회 발행한도가 2백만원으로 금액규모가 작아 어음보다는 전당포에서도 거래가 쉽게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계수표는 부도를 내도 계좌거래정지 이외에 형사처벌규정이 없어 아는 사람에 한해 7푼이나 8푼의 고리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박씨의 말이다. 이러한 고리에도 불구하고 D전당포에는 23일 두명의 영세업자가 찾아와 50만원과 1백50만원짜리 가계수표를 맡기고 돈을 빌려갔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영세업자들이 전당포에까지 기웃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영세업자들의 자금사정이 막바지에 접어든 조짐으로 보고 있다. 기협중앙회 김청성 조사2부장은 『현재 지원되고 있는 긴급경여자금이 가장 절실히 필요한 곳은 은행거래실적조차 없는 영세기업들』이라며 『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손실금에 대한 과감한 면책조건을 제시하고 영세기업들에도 이용절차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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