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은 다르지만 같은 처지” 공감대/“껄끄러운 관계 청산 계기될까” 관심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감사원 질의서에 대한 대응을 계기로 6년만에 공동보조를 취했다.
퇴임후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서로 얼굴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던 두사람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동일한 처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배를 타게 된 셈이다. 이번 공조를 계기로 두사람이 과거의 관계를 회복할 것인지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두 전직 대통령은 공동보조를 취할 일이 많으리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전·노 전 대통령은 26일 감사원의 평화의 댐 건설 및 차세대 전투기사업에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같은 시점에 대국민해명서와 비공식 감사원 전달이라는 우회적 방법으로 감사원 조사를 피해 나갔다. 감사원에 대한 회신 등 실무차원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조사에는 응하지 않되 국민을 상대로 직접 해명에 나선다는 「큰틀」은 일치하는 것이다.
실제 전·노 전 대통령 양측은 이번 질문서 대응을 놓고 상당기간 물밑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측에선 정해창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전씨측에선 이양우변호사가 창구를 맡아 대응방식을 긴밀히 협의해왔다는 후문이다. 정 전 실장은 이날 상오 노 전 대통령의 대국민해명 내용을 발표한뒤 『실무적인 차원에서 전 전 대통령측과 의견을 교환했으며 양측의 생각이 비슷했다』고 밝혔다.
두 전직 대통령의 이번 공조에선 전 전 대통령측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88년이후 청문회 출석 등 과거 평가에 있어 노 전 대통령측보다 「선배」인 전 전 대통령측이 공동보조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고 한다. 전씨측은 특히 「경험」이 부족한 노씨측이 감사원의 요구대로 답변서를 보내고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강력히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노씨측도 자체 검토결과 답변서 제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다른 방도를 찾기 시작했지만 전씨측의 의견을 많이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이번 공조에 앞서 지난 봄 재산공개 정국 때도 약간의 의견교환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한쪽만 재산을 공개하고 다른 한쪽은 안하게 될 경우 서로 모양이 이상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공조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산공개 문제가 이번처럼 강제성을 띤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부상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공조가 곧바로 두 전직 대통령의 화해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양측의 불화,특히 노씨에 대한 전씨의 감정은 아직도 상당히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게 주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 전 실장도 이날 두사람의 관계복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번 사안과 관계없는 질문』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노 전 대통령은 앞으로 12·12사태 등 공동대처를 할 수 밖에 없는 사인을 남겨놓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 감정과는 관계없이 또다시 한배를 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두사람의 인연의 줄은 질기기만 하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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