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거부하면 여론상 설득력 약해/민자/무산되는 것보다 장 만들어야 유리/민주여야가 26일 12·12와 율곡사업 평화의 댐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은 양쪽 다 명분과 실리상 더이상 고집만 부릴 수 없다는 계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민자당은 그동안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권이 발의된후 사실상의 거부입장을 보여왔다. 민주당의 최종목표인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조사를 막아야 한다는 절대적 과제아래 조사계획서 작성방법 논쟁 등을 통해 시간끌기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정치보복 불가」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는 것으로 요약되는 민자당측의 주장은 여론을 정면에서 맞을 경우 설득력이 약한게 사실이었다. 더욱이 감사원의 질의에 대한 전·노 두 전 대통령의 「답변성」 해명까지 나온 마당에 전직 대통령조사 불가방침은 공허할 수 밖에 없다. 이와함께 두 전직 대통령의 이날 「해명」으로 이 부분에 대한 야당의 집요한 공세를 되받을 근거를 얻은 셈이 된 정황도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야당측의 국정조사 공세가 비등할 경우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정책 기조에 대한 의혹여론을 자극할 수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같은 명분상의 취약성이 민자당의 태도를 누그러뜨린 요인으로 꼽힐 수도 있다.
반면 민자당은 두 전직 대통령을 일단 조사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부담을 덜게 된데다 조사기간이 짧아 사실상 국정조사를 통과의례 정도로 치를 수 있다고 판단한듯 하다. 전날인 25일 한 고위당직자는 『하려면 정기국회전에 끝내야 한다. 정기국회와 물리면 국정감사로 대체될텐데 국회가 제대로 굴러가겠느냐』고 밝혔다.
정기국회의 순항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한 가볍게 매맞고 넘어가자는 얘기로 해석된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여당측의 반대로 조사자체가 무산되는 것보다는 일단 장을 펼쳐야 한다는 판단에서 일단 전직 대통령 조사문제를 젖혀둔채 조사착수에 비중을 둔 것 같다.
민주당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국정조사를 통해 전직 대통령을 불러내고 이를 대여공세의 지렛대로 활용할 계산이었다. 그러나 민자당측의 「빠지기」가 교묘하고 완강한데다 효과적인 공격수단을 찾지 못해 무력감을 보여왔다.
따라서 일단 「필요한 경우 조사대상자를 추가할 수 있다」는 합의에 기대여론의 주시속에 한바탕 전직 대통령 출서공세를 펼치는 것이 실익이라는 판단에 기운 셈이다. 또한 여론동향을 잘 타기만 하면 전직 대통령 조사도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기대도 여전하다.
그러나 벌써부터 「필요시 대상자 추가」 합의를 두고 여야가 『전직 대통령 조사여지가 있다,없다』고 논란을 벌이고 있고 조사기간도 11일밖에 안돼 실질적인 조사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이번 국정조사는 실질조사보다는 「야 공세,여 방어」를 특징으로 하는 치열한 정치공방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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