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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삼불출/김상철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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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삼불출/김상철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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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중에는 「실명제 삼불출」이란 새로운 유행어가 나돌고 있다.『자네 실명전환했나?』 『전환할 통장이 있어야 말이지. 그냥 실명확인했네』 『자네도 영락없이 삼불출에 끼는군. 어떤 사람은 열댓개나 되는 가·차명통장을 갖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던데』

실명제 실시이후 주변에서 이같은 대화를 듣기는 어렵지 않다.

실명제 삼불출이란 「통장의 돈을 전부 빼내도 국세청에 통보될 걱정이 없는 사람」 「실명전환할 가·차명통장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한 사람」 「자기앞수표 받기를 왜 꺼리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을 말한다.

아마 이 기준으로라면 우리나라 국민의 적어도 90%는 실명제 삼불출에 속할 것이다. 역설도 이러한 역설은 없을 것이다. 나머지 「잘난 10%」에 대한 냉소가 짙게 배어있다.

이미 공직자 재산공개,토초세 파문 등을 거치면서 이와 비슷한 「불출론」이 나왔었다. 그 때는 「등록할만한 변변한 재산 한건 갖지 못한 공직자」 「토초세 예정통지서 한장 못받은 사람」이 불출이 됐었다.

수십년간 왜곡된 분배구조와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이처럼 웃지 못할 역설이 통하는 분위기를 낳은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은 금융실명제 실시 특별담화문에서 『실명제가 깨끗한 사회로 가기위한 필수적인 제도개혁』임을 강조하고 『국민 모두가 땀흘려 일하면 일한 만큼 보상받는 사회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90%의 국민 스스로 불출이라고 자조하는 부조리를 제거하기 위해 실명제를 실시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콩심은데는 콩밖에 나지 않는다고 믿는 90%의 불출들은 지금 실명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길 기대하며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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