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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서내용 무례” 심한 불쾌감/전·노씨 대국민해명서 발표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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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서내용 무례” 심한 불쾌감/전·노씨 대국민해명서 발표 안팎

입력
199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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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천일 용어일일」로 입장 변호/전씨측/이양우씨 통해 「노하우」 협의 “눈길”/노씨측/여,일단 입장유보­야 “변명일관” 비난평화의 댐,율곡사업과 관련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대국민해명서는 그 형식과 내용의 측면에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날의 해명서 발표가 감사원이 요구한 답변서 제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대응이 주목을 끈 것은 당연했지만 두 전직 대통령이 해명서를 준비해온 과정 역시 새롭게 눈길을 끌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민자측은 「지켜보겠다」,민주 등 야당측은 「변명과 강변」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발표 뒷얘기◁

○…전·노씨 모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고려치 않은듯한 감사원의 조사태도에 심한 불쾌감을 갖고 있었다는 후문.

특히 질의서 내용중 몇몇 항목은 두 전직 대통령의 감정을 격하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은 『평화의 댐이 시국타개책으로 추진됐느냐』는 항목에 격노했으며,노 전 대통령은 『전투기 기종을 F16으로 결정하기 위해 F18을 지지하는 이상훈 당시 국방부장관을 경질했는가』라는 대목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전·노씨 측근들은 질의서를 공식적으로 받아보기직전인 이달 중순께 감사원 고위관계자의 방문을 받고 질의서 답변문제를 사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측근들은 『질의서의 내용이 무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씨 측근인 이양우변호사는 『평화의 댐에 대해선 청문회 등에서 충분히 밝혔다. 지금 답변하라고 해도 5분도 안걸릴 것』이라고 불쾌감을 전달했다.

사전 의견조율이 여의치 않자 감사원은 질의서와 관련된 사항을 보안해달라고 요구했고 전직 대통령측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감사원이 다음날 질의서 전달사실을 언론에 공표함에 따라 전직 대통령측의 대응분위기가 강경으로 치달았다는 것.

초반에는 전씨측이 노씨측보다 경색된 반응을 보였다. 전씨측은 과거 문제로 청문회에 섰고 「유배」까지 갔다온 마당에 또다시 시달려야 하느냐에 대해 회한의 심정을 털어놓을 정도였다는 것. 전씨 측근들도 이런 이유로 답변거부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질의서를 받은후 2∼3일이 지나자 이양우 안현태 민정기씨 등 측근들은 『답변을 하건 안하건 해명내용은 준비해놓자』고 의견을 모았다. 민 비서관 등은 지난 19일 목요일마다 갖는 주례 산행에서 전씨에게 이를 보고하고 허락을 받았다.

노씨측도 거의 같은 시점에 준비해 들어갔으며 정해창 전 비서실장은 청문회 준비경험이 많은 전씨측의 이 변호사에 연락,「노하우」를 협의했다고 한다. 「정­이」 라인의 협의로 인해 감사원의 전직 대통령 조사에 대한 법적·정치적 문제점을 따지는 논리가 동일했다는 후문.

양측은 모두 자료준비에서 당시 실무자중 주로 퇴직자에게 많이 의존했다. 전씨측은 이학봉 당시 안기부 2차장과 주로 접촉했으며 노씨측은 당시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조력을 구했다.

양측 모두 이번주초에 초안에 만들었으나 답변형태로 할지,대국민해명으로 할지를 막판까지 결정하지 못했다. 전씨측의 경우 측근들이 25일 연희동을 방문 최종 보고하는 자리에서 전씨가 회신과 대국민해명의 방식을 결정했다. 측근들은 『어떻게든 감사원이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회신형식으로라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초반에 전씨측보다 다소 유화적이었던 노씨측은 정작 발표때는 회신이라는 모양새를 갖추지 않아 대조적.

▷발표현장◁

○…노·전씨측은 이날 상오 8시20분과 30분에 각각 윤석천·송춘석비서관을 감사원에 보내 대국민해명서를 전달했다. 이어 9시께 정 전 비서실장은 무교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답변거부 이유와 기종변경 경위를 밝혔다. 전씨의 공보비서관인 민정기씨는 기자회견을 갖는 대신 쁘렝땅백화점 빌딩내 사무실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들과의 개별접촉을 통해 배경설명을 했다.

정 전 실장은 회견에서 『순간을 모면한다는 차원이 아닌 역사에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검토,헌정사상 좋지않은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답변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이 대통령의 정책결정을 직무 감찰할 수 없다』면서 『답변을 않는다고 해서 감사원이 고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전씨측의 민 비서관은 전날 밤 12시까지 문안수정을 한후 이날 아침 일찍부터 나와 보도자료를 복사하느라 분주했다. 민 비서관은 곳곳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통해 여론의 반응을 체크하고 찾아오는 기자들에게 해명서에 「양병천일 용어일일」(하루 전투에 이기기 위해 천일동안 군사를 기른다)이라는 구절을 포함시킨 배경을 설명하는 등 다소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반응◁

○…정치권도 두 전직 대통령의 해명에 촉각을 세웠다. 민자당은 일단 관망자세를 취했으며 민주당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며 국정조사의 실시를 재차 강조했다.

민자당은 사안의 미묘함을 고려,『좀더 지켜보겠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으나 계파간에는 반응차가 두드러졌다. 이날 상오 김종필대표 주재의 당직자 간담회는 『전직 대통령이 드디어 입장을 밝힌 것 같다. 감사원의 대응을 보며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모호한 자세를 견지했다.

민주당은 두 전직 대통령이 대국민해명과 관련,『반성과 사과는 커녕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비난하면서 감사원의 실질적인 조사와 국회 국정조사 본격화를 주장했다.<이영성·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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