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반기 경기와 실명제(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반기 경기와 실명제(사설)

입력
1993.08.26 00:00
0 0

체험한대로 불황의 골은 깊었다. 한은의 잠정 추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중 GNP(국민총생산액) 성장률은 3.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예상치(5.2%)는 물론 한은의 수정전망(4.5%)보다도 훨씬 밑도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81년 상반기(2.5%) 이래 상반기 기준으로는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그런데 2분기 성장률은 4.2%로 1분기의 3.4%보다는 다소 높아졌다. 지난해 4·4분기(2.8%)를 밑바닥으로 하여 반등세가 이어진다고는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회복세가 너무 느린 것이다. 특히 2·4분기는 김영삼대통령의 문민정부가 국민의 기대속에 발족,「신경제 1백일 계획」을 전개하여 경기활성화를 시도한 시기였다. 공금리인하,통화량의 신축적 운영 등 돈풀어 경기를 부양해보려던 케언스적 경기부양정책은 안팎의 경제적 및 비경제적 상황에 의해 실패로 끝났던 것이다.

김 대통령의 부정부패 척결,국가기강 확립 등 범국가적 사정과 정풍운동은 관계와 경제계를 위축케했다. 특히 김 대통령의 「정·경유착 단절」은 우리 경제의 기관차역할을 해온 30대 재벌그룹들을 당황하고 불안케 했다. 「정·경유착」으로 얻은 금융특혜 등 각종 특혜위에 기업경영을 해온 우리 재벌그룹들은 이제 정치권과의 유착이 사라지는 새로운 환경에서 스스로의 책임아래 기업경영을 해가야하는 상황에 서게 됐다.

또한 지난 상반기중에는 미·일·EC 등 선진국들의 경기도 저조했다. 특히 신발·섬유·완구 등의 경공업제품은 경쟁력을 거의 완전하게 상실,세계경기가 회복되어오 수출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여건이 됐다. 말하자면 상반기 경제성장 3.8%는 국내의 김영삼정부 개혁정책에 따른 과도기적 상황과 해외경제의 지속적인 불황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우려되는 것은 하반기에도 경기가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8월12일 전격 단행된 금융실명제가 단기적으로는 경기활성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채·채권시장에서부터 은행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금융이 위축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이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일반 중소기업도 적지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대기업들은 실명제 실시로 인한 직접적인 충격이 비교적 적다하더라도 채권시장의 마비 등에 따른 자금압박으로부터 해방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사실상 현상유지에 급급하다. 이들에게서 신규 설비투자 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하반기는 경기활성화보다는 금융실명제 부작용 최소화가 더욱 시급하다. 게다가 냉해에 따른 농작물의 흉작으로 농산물의 가격상승이 확실하다.

이래서 「경기침체·물가고」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반기 경제는 금융실명제의 연착여부에 달려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