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보호법·안기부법등 합의 불투명/선거법·정자법은 당론 정리못해 “고심”국회가 정기국회 때까지 휴면기에 들어가 있는 요즈음 유일하게 매일 회의를 갖고 있는 위원회가 하나 있다. 바로 정치특위(위원장 신상식)이다.
이 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갖는 것으로 본격적인 재가동에 들어가 매일 소위 회의를 열어 소관 법률 심의에 한창이다.
물론 맡겨진 임무가 워낙 중요하고 여야간에 의견차가 심한 탓에 협상의 진도가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심지어 일부 법률에 대해서는 아직 여야의 개정안조차 제출돼 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여야는 오는 정기국회가 특위활동의 마지막 기회임을 감안,법안 토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위는 1·2심의반으로 나뉘어 1반의 경우 통신비밀보호법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을,2반은 지방자치법 안기부법 보안법 등을 각각 다루고 있다.
이들 7개 법안중 여야가 현재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는 법안은 통신비밀보호법과 지방자치법.
먼저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내국인간 통화의 감청허용 절차가 여전히 여야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민자당은 보안과 현실적인 수사상 필요성 등을 들어 「안기부장의 건의에 의한 대통령의 승인」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법원의 영장발부」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와관련,민주당이 미국처럼 비밀보장이 철저한 특별법원에 의한 영장발부안을 내놓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시기가 가장 핵심사항. 이에 대해 민자당은 95년 실시라는 현행 규정을 바꿀 의사가 전혀 없고 민주당은 이를 한해라도 앞당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 이런 판국에 김영삼대통령이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시한번 「95년 자치단체장 선거실시」를 강조하고 나섬으로써 협상의 전도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여야는 이런 상황을 인식,현재 핵심사항을 우회해 지방의원에 대한 활동비 지급 등 부수적인 문제들의 토론에 열심이다.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은 우리 정치판을 근본부터 바꿀 수있는 중요법안들. 이같은 정치적 의미 때문인지 여야는 아직까지 이들 법개정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확정하지 못한채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민자당은 김 대통령이 법개정의 지침으로 시달한 영국식 정치제도를 우리 법개정에 반영시키는 문제를 놓고 고심중이다. 따라서 이들 법안들의 개정작업은 정기국회 중반 이후부터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도 불구,이들 3개 법안의 주요쟁점들을 추려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 선거법의 경우,선거구제 변경여부와 「깨끗하고 돈 안드는 선거제도 정착」 문제,전국구제 변경문제 등이 첨예한 관심사.
선거구제는 여야가 모두 기존의 소선거구제를 고수할 뜻을 밝히고 있어 의외로 간단히 풀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향후 정국추이에 따라 어떤 변수를 맞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밖에 선거운동방법의 개선과 선거비용의 한계설정 문제,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징계강화 문제 등도 눈여겨볼 대목.
정치자금법에서는 실명제 실시 정국에 걸맞는 정치자금 조달방안의 강구 및 여야간 형평성 보장문제 등이 주이슈. 여야는 실명제 실시에 맞춰 법적인 정치자금조달을 늘리기 위해 후원회제도의 정비,기탁금제도의 개선 등에 치중했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깨끗한 것」 못지않게 돈 안드는 정치의 중요성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기존 정치자금 조달루트의 축소까지 생각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정당법 개정에 있어서는 지구당제의 폐지 등을 포함한 정당 조직개편 및 정당운영 방식의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야 모두 선관위의 개정의견을 대폭 반영할 생각인데 정당 설립요건의 완화,지방당의 인정 등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안기부법은 여야 대립이 워낙 심각해 좀처럼 해결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법이다. 수사권 폐지는 이미 여야가 아예 언급조차 꺼릴 정도로 「내놓은」 골칫거리가 돼있고 보안감사권과 정보조정협의회 폐지도 간단치 않은 사항들이다. 다만 국회 정보위를 설치,국회가 안기부의 예산과 업무를 감독토록 한다는데에는 여야의 이견이 없다.
보안법의 경우,민자당의 현 법안 고수방침과 민주당의 대체입법 주장이 맞서 있는 형국이어서 협상의 공통분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결국 「정치특위호」가 법적,제도적 개혁의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기 위해서는 당리당략을 버리고 서로의 입장을 과감히 포용하는 정치력의 발휘가 여야 모두에게 절실히 요청된다는 지적이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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