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책 마련에 활동 국한/여/법률 대체 위헌시비 제거/야국회 재무위는 25일 금융실명제 조기 정착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지난 17,18일 대통령 긴급명령 승인을 위한 심의를 통해 금융실명제에 대한 1차 스크린을 마쳤던 재무위가 보다 차분하게 국회 차원의 실명제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 대책위의 활동개시는 금융실명제의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측면외에 금융실명제의 명과 암을 국회 논의의 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린다는 의미를 함께 갖는다.
특히 긴급명령 승인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던 여당과 야당의 입장차이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긴급명령이후의 조치를 둘러싸고 적지않은 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25일 대책위를 구성하면서 벌써부터 이같은 입장차이를 노출시켰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양측의 입장차이는 긴급명령을 대체 입법화하는 문제이다. 민주당은 가능한 한 빨리 대체입법을 해야하며 국회 대책위의 활동에 이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당초 합의대로 대책위는 금융실명제 조기 정착을 위한 보완책 마련에 그쳐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날 재무위에서 홍영기의원(민주)은 『금융실명제의 조기 정착을 위해선 이를 둘러싼 법적 시비가 없어야 한다』면서 『위헌이다,아니다 하는 시비가 끊임없이 이어지면 조기 정착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어 『시비의 원천을 없애고 실명제를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선 긴급명령을 법률도 대체해야 한다』면서 『대체법률에는 긴급명령의 내용외에 예상되거나 이미 발생한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안도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측은 이처럼 대책위 활동을 긴급명령의 보완책 마련에 한정짓는 것에 반대를 표시하고 있다.
재무위의 민주당측 간사인 최두환의원은 『금융실명제 실시정보가 사전에 누출됐을 경우 부작용이 컸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긴급명령을 조건없이 통과시킨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제는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보완책을 마련해 입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또 『현 단계에서 긴급명령의 목적이 달성됐으므로 대체입법은 빠를수록 좋다』며 『대책위에서는 언제 대체입법을 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이같은 주장은 즉각 민자당의 반발을 샀다. 대책위 활동은 당초의 합의대로 실명제의 조기 정착을 위한 보완책 마련에 한정돼야 한다는게 민자당의 주장이다.
민자당측 간사인 이상득의원은 『대책위는 지난 18일 여야간에 합의한대로 긴급명령이 우리 사회에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다』면서 『대체입법 논의를 전제할 경우 금융실명제 조기 정착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민주당 주장을 반박했다.
민자당은 이처럼 대체입법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입법에 대한 민자당의 입장이 처음부터 단호했던 것은 아니다. 긴급명령에 대한 재무위 심의가 처음 있었던 지난 17일께만 해도 민자당내에서도 대체입법의 필요성이 거론됐었다. 민자당 실무대책 회의 차원에선 9월 정기국회에서의 대체입법 필요성까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대체입법의 내용을 어느 선으로 정하느냐를 놓고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민자당은 그러나 긴급명령에 대한 김영삼대통령의 의지가 예상외로 확고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대체입법 논의를 전면 중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긴급명령을 대체입법할 경우 어차피 보완규정이 포함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혼선과 함께 실명제 의지의 후퇴가 야기될 수도 있다는 정부측의 입장을 당측이 받아들인 셈이다.
민자당이 이처럼 대체입법 논의에 완강한 반대입장을 보임에따라 국회 대책위의 활동도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체입법 논의를 배제한 대책위 활동은 어느 정도 맥빠진 내용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국회 상임위의 소위활동이란 입법을 전제로 한 것인데 법률의 효력을 갖는 긴급명령의 바탕위에서 보완대책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민자당측은 대체입법 논의외에도 할 일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대책위원인 최돈웅의원(민자)은 『영세기업 지원문제 등 국회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는 보완대책은 산적해 있다』면서 『의원들은 각계 각층의 사람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문제를 많이 알고 있으며 실제로 세율인하 등 국회에서 제기된 보완대책이 정부에 의해 이미 채택된 사례가 있다』고 대책위의 「활동영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회가 여야의 시각차이에도 불구하고 금융실명제의 조기정착을 위한 생산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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