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5억 조성」 검찰 진술 번복/방청객 “홍여인 출국 방조” 검사에 삿대질24일 열린 박철언피고인(52·국민당 의원)의 4차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측은 박 의원에게 1차로 건네진 5억원을 조성한 전 희전관광호텔 오락실 경리담당 상무 이부영씨(47)의 진술 등을 놓고 5시간20분간 공방을 벌였다.
○…이날 공판은 시작 30여분전부터 박 의원 지지자 등 3백여명이 방청석을 거의 차지한채 증인에 대한 신랄한 질문이 제기될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등 선거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방청객들은 이날 하오 1시48분께 당원으로 보이는 40대 후반의 남자가 『여러분 박 의원의 부인이십니다』라고 현경자씨(47)를 소개하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방청객들은 특히 전 하얏트호텔 사장 이희춘씨(66) 등 증인 3명이 나타나자 『이희춘. 똑바로 해라』 『이희춘 어디있느냐』는 등의 야유성 발언을 했으나 박 의원이 입정할 때는 『힘내십시오』라는 구호와 함께 1백여명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검찰측이 이씨 등 증인에 대해 20분 내외로 간략하게 신문한 반면 변호인측은 3시간여동안 집요하게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따졌다.
변호인측은 이부영씨에 대해 『정덕진씨의 심복이 맞느냐』고 몰아붙인뒤 『검찰 조사때의 진술과 법정에서의 진술이 상충된다면 어느 것이 정확한 것이냐』는 등 신문 시작부터 위압적인 자세였다.
○…정덕일씨가 박 피고인게게 헌 수표 등 5억원이 담긴 가방을 전달한 사실을 목격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홍성애씨(43·여)가 2차 공판을 앞두고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간에 재차 공방이 전개됐다.
『결정적으로 유리한 증인인 홍씨를 검찰측이 도피시킨 것은…』이라며 운을 떼자 검찰측이 즉각 취소를 요구,변호인측이 받아들였으나 방청객들이 검사를 향해 『도피시킨 저의가 무엇이냐』고 고함치며 삿대질을 했다.
재판부는 『홍씨가 증언대에 서는 것이 검찰측에 유리한지 불리한지의 여부는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라며 방청석에 조용히 해줄 것을 요구,실랑이는 일단락됐다.
○…90년 당시 정덕진씨의 슬롯머신업소를 세무조사한 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반장 김영수씨(49)는 『당시 청와대 특명사정반으로부터 직접 지시받은 적은 없으나 정씨 업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치안본부 특수대가 담당해 일반 세무조사때와 다르다고 생각,청와대 지시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또 『압수한 관련장부 등에서 탈세혐의를 밝혀내지 못해 가명계좌를 추적하기 시작했다』며 『정씨가 동양상호신용금고로부터 차용했다가 상환한 자금의 출처를 추적,중소기업은행 압구정지점과 신탁은행 잠실지점 등 4개 은행에 개설된 가명계좌 2백여개를 찾아내 정씨의 실수입금을 추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변호인 증인신문 도중 방청객 한사람이 『신성한 재판에서 검사가 손수건으로 손장난을 하거나 콧구멍을 후비고 있다』고 지적,한바탕 웃음바다.
일부에서 『검사를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장은 『옳은 지적이다. 재판이 신성하게 진행되도록 모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당초 이날 공판의 핵심 증인으로 관심을 모았던 전 햐얏트호텔 사장 이희춘씨 신문은 앞서 진행된 이부영씨의 변호인측 반대신문이 3시간여동안 진행되는 바람에 다음 공판으로 연기됐다.
재판부는 이날 하오 5시55분께 속개된 공판에서 『당초 예상보다 증인신문이 길어져 부득이 이씨의 신문을 연기하겠다』며 이씨의 동의를 구한뒤 귀가조치했다. 이에따라 박 의원은 사생활 공개와 관련해 관심을 모았던 이씨가 퇴정하자 방청객 일부는 자리를 뜨기도 하는 등 다소 맥빠진 분위기속에서 공판이 이어졌다.
○…이날 검찰측은 전 하얏트호텔 사장 이씨와 정덕진씨가 박 피고인에게 주었다는 5억원중 3억원을 마련한 그린그래스호텔 사장 오진용씨 등 2명을,변호인측은 당시 박 피고인의 운전사였던 이진복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정희경기자>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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