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성장 작년수준 밑돌 우려상반기중 우리경제가 3.8% 성장에 그쳤다는 한국은행의 발표는 현재 우리경제가 처한 위기상황을 증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년보다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저조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었다. 3월말부터 시작된 신경제 1백일계획으로 투자가 늘어나고 성장이 빠르게 회복되리라는 장미빛 전망들은 빛을 잃고 말았다.
관계자들은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우리경제는 실명제의 충격으로 결코 크게 나아지지 못해 저성장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명제로 기업 자영업자 개인 등 각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이 일시적이긴 하지만 위축되고 있고 투자도 소비도 움츠러들게 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실명제로 풀린 과잉통화와 지속되는 저성장으로 물가는 뛰고 플레이션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GNP(국민총생산)를 보면 우리경제는 신경제 1백일 계획에도 불구하고 80년대초 이래 최악의 침체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반기중 성장률 설비투자 증가율 민간소비 증가율은 모두 80∼81년 이래 최저수준이다.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설비투자는 1분기 10.1% 감소에 이어 2분기에는 1.5% 감소,상반기 전체로는 5.7% 줄었다. 정부는 기업에 1조원에 달하는 설비투자자금을 풀겠다고 밝혔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수출은 안되고 내수도 사정바람 등의 영향으로 얼어붙어 물건을 만들어 봤자 잘 팔수 없을 게 분명한 상황에서 투자를 왜 하겠는가 하는 것이 업계의 분위기다. 정부의 대기업 및 금융,노동정책 등 경제정책이 그동안 명료하지 못했던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데 기여했다.
수출은 선진국에 눌리고 후발개도국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데다 중국특수마저 수그러들어 증가율이 1분기의 절반에도 못미쳤으며 민간소비도 81년이래 최저인 5% 증가에 그쳤다.
이처럼 우리경제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실명제라는 충격을 받아 앞으로 갈 길은 순탄치만은 않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차동세 산업연구원원장은 실명제 충격으로 우리경제는 80년이래 최저성장에 그친 지난해(성장률 4.7%)보다 사정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나 생산은 기업,특히 대기업이 하는 것인데 실명제 실시로 향후 전망을 예측할 수 없을 뿐더러 실명제에 대응하기에 바빠 대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도 하반기 성장률은 5%를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연간으로는 지난해 수준을 밑돌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실명제 실시로 민간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전자제품의 덤핑시장,무자료거래를 해온 농수산물시장 등의 급격한 거래감소로 생산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설비투자는 실명제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금융비용도 늘어 하반기에도 마이너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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