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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사회 정착 앞당긴다(경제의 새틀/금융실명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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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사회 정착 앞당긴다(경제의 새틀/금융실명제:8)

입력
1993.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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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거래보다 카드 결제 선호/꺾기등 변칙금융도 사라질듯금융실명제 실시로 이제 검은 돈은 금융기관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다. 가·차명계좌가 사라져 얼굴없는 돈이 숨을 곳이 없어지고 손쉽게 얼굴을 바꾸는 돈세탁도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금융계의 고질병으로 여겨지던 꺾기와 대출커미션 사채조성 등 비정상적인 금융관행들도 실명제라는 서치라이트가 거래단계마다 속속들이 비쳐대기 때문에 상당히 수그러들 전망이다.

금융실명제 실시로 가장 큰 변화가 기대되는 금융관행은 검은 돈을 둘러싼 갖가지 변칙과 편법이다. 은행권 증권사 직원 등 금융기관 종사자들은 고객을 유치하고 실적을 올려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그동안 큰손들과 뜻하지 않게 공범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던게 사실이다.

구린내가 나는 돈인 줄 알면서도 당장의 예금유치가 급해 가·차명계좌를 비롯한 「안전계좌」의 길을 안내해주었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가·차명이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이를 알고도 묵인했을 경우 당장 처벌을 받는다.

뭉칫돈을 갖고 있는 전주들이 믿을만한 여러 사람을 끌어들여 그들 명의로 분산시키는 방법이 남아있기는 하다. 그러나 실명제가 정착되면 차명 자체가 여의치 않고 서로간에 부담이 커져 이것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은행원 등은 큰손을 위해서라면 금융거래라기보다는 범죄행위에 더 가까운 돈세탁도 불사해왔다. 그러나 돈세탁은 실명제하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거액 뇌물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실명제가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다. 돈세탁은 가명계좌에 돈을 몇차례 넣었다 빼고,다시 어음 수표 등으로 바꿔 쪼갠뒤 가명계좌에 넣는 수법으로 흔히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돈세탁의 가장 효율적인 매개수단으로 이용돼온 CD(양도성 예금증서) 수표 등도 발행 때는 물론 지급때도 실명을 확인해야 한다.

이에 따라 실명제 전에 변칙과 편법으로 큰손들을 끌어들여 실적을 올리던 은행원들은 큰손 처리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가에서는 금융인 「수난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하고 있다.

금융계는 앞으로는 마당발 스타일보다는 시장원리에 입각해 금리와 환율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실력있는 전문인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꺾기와 대출커미션 등 각종 금융부조리도 상당히 수그러들 전망이다. 꺾기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돼온 CD는 발행 자체가 힘들어진데다 발행할 때 이를 받아가는 기업이 실명을 대야하기 때문에 CD 꺾기는 사실상 힘들어진다. 대출커미션도 실명제로 은행원 등의 소득이 투명해져 받고 싶어도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실명제가 시행됐다지만 1,2금융권간의 금리차가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선 신종 부조리가 생길 가능성은 남아있다. 따라서 금융계는 금융권간 금리차를 없애줄 금리자유화가 조기에 시행되면 비정상적인 금융관행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비록 점진적이기는 하지만 금융기관의 부동산 담보대출 관행이 줄어드는 대신 노출된 금융자산을 믿고 돈을 빌려주는 신용대출이 일반화되는 등 선진국형 신용거래질서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기 이름으로 갖고 있는 금융자산이 담보가 되는 셈이다.

또 앞으로는 신용카드가 현찰 못지않은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아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어차피 금융자산이 노출된 마당에 이용절차가 번거로워지는 현찰보다는 훨씬 편리한 카드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실명제가 정착된 선진국의 경우 고액권으로 입출금하는 자체가 까다로울 뿐더러 쇼핑을 하고 고액권을 내면 범죄인 취급을 당하기도 하는 풍토다. 선진국의 현금통화 비율은 4%대로 우리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으나 카드를 이용한 결제는 우리의 몇배를 넘고 있다. 실명제 실시로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카드가 제3의 화폐로 부상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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