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대체로 무난하게」 치러졌다는 평가다. 「무난하다」는 평가는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첫째 주입식 교육에 의해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제에 익숙해온 수험생들에게 처음으로 부과한 「종합적인 고등사고능력」을 측정키 위한 문제의 출제가 비교적 평이하게 됨으로써 수험생들을 크게 당황하게 하거나 혼란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수험생들의 대부분이 예상보다 「쉬웠다」고 안도하면서도 입시학원이나 고액과외로 갑작스럽게 대비해서는 고득점하기가 어렵고,폭넓은 독서와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키워야만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수학능력시험제도는 약간의 세부적인 문제점들을 잘 보완하면 단편적인 지식을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암기하게 하는 고교교육의 근본적인 파행을 정상화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만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번 출제가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판정하려는 제도의 본래취지를 완벽하게 살릴 만큼 「아주 잘됐다」는 뜻은 아니다. 교육전문학자들의 분석결과로는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은 그런대로 무난했으나 수리·탐구영역의 문제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리의 수학문제들은 수학교과서에 너무 충실해 보편성을 결여함으로써 수학Ⅱ를 배우는 「자연계열 수험생=유리」,수학Ⅰ만 배우는 「인문계열=불리」란 제도적 모순을 보완하는데 실패했다.
탐구분야의 사회과목은 과학과목의 문제들도 탐구과정을 측정하는데는 미흡하고 단지 정과 오를 가리는 식이었다. 교과이기주의를 탈피 못하고 과목마다 고루 출제를 하다보니 학력고사 때의 문제를 약간 차원높게 하는데 그친 것도 적지 않았다. 사회와 과학분야에 대한 측정은 수학능력시험에서 배제하고 대학의 해당학과 본고사에서 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하다.
어찌됐건 입시제도 자체가 「계열에 따라 유·불리」를 조장한다면 그것은 안된다. 자연계열 수험생은 성적우수집단도 많고 절대수 또한 많다. 보통때 평균성적도 자연계가 인문계보다 평균 5점 정도 높은게 현실이다. 그들에게 수리영역의 출제범위 자체가 유리하도록 했다면 빨리 개선돼야 한다.
이 문제는 장기적으로 교육부가 제도보완때 개선해야 할 일이지만 94학년도 입학생 전형때는 최소한 대학들이 인문계열 수험생들의 동일계 대학 응시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재량권 활용으로 대처해줘야 한다. 수능시험 점수가 좀 높다고 해서 적성을 무시한채 우수생 확보책으로 합격시켜봤자 장기적으로 보면 대학과 수험생 본인에게도 득될게 없기 때문이다.
또 1차시험이 끝나면서 고득점자와 하위권 득점자들이 대거 2차 시험 응시를 포기하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올해까지야 어쩔 수 없지만 내년부터라도 시험을 1회로 단축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 제도보완에 교육부는 세심한 연구와 노력을 할 줄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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