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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동요 끝났다” 분위기 진정/실명제 충격 벗어나는 금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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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동요 끝났다” 분위기 진정/실명제 충격 벗어나는 금융가

입력
1993.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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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통화 증가세 반전… 다소 긴장/은행들 새 금융상품 개발 적극적/항도투금 사건 “또 단자사냐” 업계 낭패감○또 중대발표설 소동

○…한동안 주춤했던 현금통화 및 화폐발행액이 지난 주말을 고비로 증가세로 반전되고 어음부도율도 다시 상승하자 은행창구에는 『실명제 후유증이 재발되는 것이 아니냐』며 긴장된 분위기.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명제 발표이후 18일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던 현금통화와 화폐발행액은 각 기업들의 급여지급이 시작된데다 주말 현금수요까지 겹친 21일 2천억원과 1천2백90억원이 각각 증가했으며 서울지역 어음부도율도 평소의 2배 수준인 0.15%를 기록. 한은 관계자는 『20일이 기업자금 결제일이기 때문에 부도율이 높아진 것이지 실명제 실시에 따른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고 분석.

한편 21일 하오 금융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실명제 특별교육을 실시하라는 재무부 지시에 따라 일선 금융기관 직원들이 토요일인데도 퇴근하지 못하고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일부 점포에서는 「화폐개혁설」에 이어 또 다시 「정부 중대발표설」이 퍼지는 바람에 직원들이 각 채널을 통해 사실여부를 급히 확인하는 등 해프닝이 재연.

○…현금인출 급증과 예금액 감소 등 실명제 직후의 후유증이 점차 진정추세를 보이자 각 은행들은 실명경제시대에 걸맞는 고객관리방식과 금융상품 개발,인사조직 개편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장기 경영전략 수립에 착수.

은행들은 사채시장 위축에 따라 큰손들의 제도금융권 진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아래 거액 고객유치를 위해 부유층 거주지역의 점포를 중심으로 섭외전담팀을 구성하고 고급 응접시설을 갖춘 고객예금자 전용공간 마련을 검토하는 한편 금융상품 개발도 무차별적인 고수익 중심에서 벗어나 직종·계층·연령별 특성에 맞는 「특화상품」 위주로 전환할 방침.

○채권시장 마비로 곤혹

○…기업대출 자원을 채권발행에 의존해온 장기 신용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실명제 실시로 채권시장이 마비되자 재원조달에 곤혹스런 모습. 평소 하루평균 2백억∼3백억원대에 이르던 장기신용은행의 장은채 발행은 실명제 실시이후 1백억원대 이하로 떨어졌으며 산업은행의 산금채 역시 지난 10여일간의 총판매액이 2백억여원으로 평소 하루 판매액에도 못미치는 실정.

이들 은행 관계자들은 『실명제 이후 채권발행 감소로 기업 설비자금 대출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으며 이같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장기융자 자체가 중단될 형편』이라며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호소할 경우 마치 실명제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국책은행 성격상 내놓고 말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난처한 입장을 털어놨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주가의 폭등·폭락현상이 진정되자 그동안 주가추이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던 각 증권사 객장도 들뜬 분위기에서 서서히 탈피.

투자자들은 『실명제의 1차 충격파는 마무리돼 가는 것 같다. 증시부양책이나 계좌조사 같은 장외 돌출변수가 없다면 주식시장은 자금수요가 급증하는 월말까지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며 새로운 투자전략 마련에 부심.

실명제 이후 13,14일에 각각 32포인트,26포인트 이상 하락했던 종합주가지수가 16,18,19일에 25포인트 안팎씩 오르는 등 등락이 극심했으나 지난주 금용일부터 등락폭이 10포인트 이하로 떨어진데 이어 23일에도 하락폭이 하루종일 1∼7포인트에 머물렀기 때문.

새 투자전략의 핵심은 주식으로 가지고 있느냐,아니면 현금화한뒤 장세를 지켜보느냐,투자를 한다면 어느 업종의 대형주냐 중소형주냐 등인데 이중 가장 논란을 빚고 있는 문제는 「추격매수」 여부.

일부 투자자들은 『예탁금이 큰폭으로 늘었다. 이대로 가면 금융장세가 온다. 추가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일부는 『지난주의 주가폭등은 일시적인 과열현상이다. 현 주가는 과대평가된 상태다. 현금화도 고려해야 한다』며 추격매수 자제론을 펴기도.

종목 선정에서도 상당한 이론이 나와 주식전문가들마다 크게 엇갈리는 상태. 경제지표를 중시하는 주식 전문가들은 『주가는 결국 실물경제를 반영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에 달려 있다고 볼 때 대형주가 유망하다. 또 대형주는 안정성이나 환금성이 강해 실명제하에서는 당연히 대형주를 사야 한다』고 주장. 이에 대해 주식시장 내부 흐름을 중시하는 쪽은 『대형주는 최근 폭등세에서 많이 올랐다. 그동안 소외된 중소형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돈이 여기저기 순환하기 때문에 이번주부터는 중소형주로 몰린 것이다』고 반박.

○증권 실명전환 저조

○…증권 가명계좌의 실명전환이 극히 부진해 눈길.

23일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실명제 실시 1주일째인 19일 현재 실명으로 전환한 가명계좌는 4백17개로 전체 가명계좌의 6만4천6백여개의 0.65%. 또 13∼19일까지 차명계좌의 실명전환도 7백63개에 불과해 차·가명계좌의 실명전환 건수는 총 1천1백80개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 반면 은행은 19개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명계좌의 실명전환 건수가 1만여건에 달해 실명전환율도 20일 현재 계좌기준으로 9.8%,금액기준으로 26.6%.

이에 대해 증권사 직원들은 『주식 가·차명계좌와 은행 가·차명계좌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주식 가·차명계좌는 경영권 확보 비자금 조성 세금포탈 등으로 은행 가·차명계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점」이 많다. 가·차명계좌 실소유자들이 이같은 「요술방망이」를 쉽사리 포기할리 없다』고 한마디.

○“도덕성에 흠집” 불쾌

○…동아투금 사건에 이어 이날 다시 부산 항도투금 서울사무소에서 거액 가명계좌를 실명제 실시 이전에 실명전환한 것처럼 전산조작한 사건이 발생하자 단자업계 관계자들은 왜 하필 단자사에서 연속으로 이같은 일이 벌어지느냐며 한숨.

항도투금 서울사무소는 이날 상오 재무부의 검사결과 중간발표가 있었는데도 사태의 중대성을 파악하지 못한듯 함구로 일관. 이대찬 사무소장은 기자들이 몰려들어 사건개요를 집요하게 물었지만 『스스로 처리한 일로 본사와는 사전협의가 없었다』고만 말할뿐 대부분의 물음에 묵묵부답.

이 소장은 자신이 부산 본사의 전산부 담당직원에게 직접 연락,전산자료를 고쳤다고 주장. 그러나 예금주인 조모씨가 이 회사의 소액주주(지분율 0.64%)이고 부산지역에 공장을 둔 섬유업체 사장이라는 점에서 본사와 전혀 사전협의가 없어 전산조작을 할 수 있겠느냐는게 단자업계 관계자들의 지적. 또 다른 보관통장에 10억원 상당의 거액 유가증권을 실물로 예탁해 놓을 정도로 큰 손님인데 불과 5천여만원이 들어있는 계좌를 이렇게 무리를 해가며 실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구심을 제기.

한편 다른 단자사들은 실명제 실시이후 단자업계에서 이처럼 불법행위가 연속해서 적발되자 단자업계 전체의 도덕성에 흠집을 냈다고 불편한 심기를 토로. 또 동아투금과 항도투금 서울사무소가 모두 중구 다동지역에 서로 이웃하고 있는 점을 들어 지세가 안좋아서 그런 것 아니냐며 고사라도 지내야 할 판이라고 한마디.<김경철·김상철·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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