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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돈·아내돈(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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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돈·아내돈(장명수칼럼)

입력
1993.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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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실시이후 주부들 몇분의 전화를 받았는데,그들은 일정액 이상의 주부명의 예금에 대해 무조건 자금출처를 조사하고 증여세를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전화는 대개 이런 내용들이다.『몇달전에 남편이름으로 된 집을 팔았는데,별다른 생각없이 내 통장에 돈을 넣었다. 그돈은 물론 남편이 나에게 증여한 것이 아니고,우리 집의 공동자금이다. 그런데 이번에 신문을 보니 직업을 가졌던 적이 없는 사람들의 예금은 실명이라해도 출처를 대지 못하면 증여세를 물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많은 가정에서는 부동산을 사고 파는 등 가정 경제활동을 주부가 맡아서 해왔고,남편의 통장과 아내의 통장을 구분없이 써온 집도 많은데,하루 아침에 남편돈·아내돈을 가려내어 증여여부를 따진다니 말이 되는가』

『나는 50대의 주부로 아이들 교육과 결혼에 대비하여 30여년간 계를 하는 등 꾸준히 돈을 모아왔고,지금 내 통장에 1억 이상의 돈이 들어 있다. 실명제 실시이후 여러신문의 문답풀이를 자세히 읽어봤는데,5천만원 이상은 출처조사를 받는다고 돼 있다. 그동안 들었던 계를 일일이 증명할 수도 없고,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30년 이상 주부로 일해왔다면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 정도 예금은 인정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남편이 사업을 한다고 늘 돈을 낭비하기 때문에 가명으로 가계자금을 관리해왔다. 5천만원이 넘는데 이 돈을 내 이름으로 실명확인할 경우 출처조사를 받게 되는가』

나에게 이런 전화를 준 주부들은 걱정이 되어 잠도 못잔다고 하소연했다. 그들은 또 수십년 가사노동을 해온 전업주부들의 경제적 능력이 「5천만원 이하」로 평가된다는 사실에 불만이 컸다. 그들은 『5천만원이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중산층 이상의 가정이라면 그 이상의 돈을 모아야 아이들 유학도 보내고 결혼도 시킬 수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91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민법은 주부가 재산형성에 기여한 공로와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여 이혼할 때 위자료 이외에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세법은 그렇지 않다. 한평생 가사노동만 해온 주부는 세법상 「경제적 무능력자」다. 남자들은 수입이 있든 없든 일정한 나이가 넘으면 자기 이름으로 집을 살 경우 대개 그냥 넘어가지만,주부 이름으로 집을 사면 자금출처를 조사받게 된다.

국세청은 앞으로 일정액 이상의 예금에 대한 자금출처를 조사하게 되더라도 『남편의 돈과 아내의 돈을 분명히 구분하지 않고 가계자금을 운영하는 우리 가정의 실태를 충분히 고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므로 앞에서 걱정한 주부들이 실제로 증여세를 물게 될 우려는 거의 없다. 그러나 실명제 실시와 함께 앞으로 세법을 고칠 때는 전업주부들의 경제적 능력을 인정하는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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