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직접증거」 없이 유죄심증 굳혀/김근태씨 고문경관 법정구속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직접증거」 없이 유죄심증 굳혀/김근태씨 고문경관 법정구속

입력
1993.08.24 00:00
0 0

전 민청련의장 김근태씨 고문사건 관련 경찰관 4명이 실형선고와 함께 모두 법정구속됨으로써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부천서 성고문사건과 함께 5공치하 3대 반인권사건의 하나였던 이 사건이 발생 7년11개월만에 관련자들이 엄정한 사법적 단죄를 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특히 2심 재판부가 1심때와는 달리 김수현 전 치안본부대 공수사단소속 경감 등 고문경찰관 4명을 법정구속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고문은 용납될 수 없다」는 법치주의국가의 대원칙을 다시 한번 천명함으로써 전근대적 수사관행인 고문범죄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지난 88년 12월 서울고법이 변호인들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을 재판에 회부하면서 밝혔듯이 「오욕과 불신을 씻고 거듭나고자 하는 사법부의 의지」가 문민시대하에서 거듭 천명된 판결로 평가할만하다.

김씨 고문사건은 부천서 권인숙씨 성고문사건,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과 함께 5공시절의 대표적 공권력 악용사례였다.

그러나 사건직후 5,6공에 걸쳐 관련경찰관들이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두 사건과는 달리 김씨사건은 당초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데다가 밀실에서 이루어진 범죄여서 유·무죄 판단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물고문·전기고문을 당했다는 김씨 주장과 『뺨한대 때린적이 없다』는 피고인들의 전면 범행부인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 할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1심에 이어 2심재판부가 고문과 직결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가운데서도 유죄심증에 이를 수 있었던것은 관련자들의 증언,논리와 경험칙을 토대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할수 있다.

재판부는 이에대해 『피고인들의 고문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김씨의 진술밖에 없으나 진술내용이 경험자가 아니고서는 진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라며 『피고인들이 고문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의 진술로 미루어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날 암울했던 시대에서 「있을 수 있는 일」 「밝혀내기 어려운 일」 정도로 치부되던 고문관행을 사법의 심판대로 끌어 올려 거대한 공권력을 상대로 저항해온 피해당사자와 이미 고인이 된 조영래 황인철변호사 등 민권의 승리이기도 하다.

김씨 사건은 김씨가 85년 9월4일 민추협사건을 배후조종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치안본부 남영동분실로 연행돼 구속된후 23일동안 조사를 받으면서 11차례에 걸쳐 물고문 및 전기고문을 받았다고 폭로한데서 비롯됐다.

김씨는 그해 10월 변호인단을 통해 서울형사지법에 발뒤꿈치 고문흔적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고 86년 1월 박배근 당시 치안본부장 등 경찰관 13명을 상대로한 고발사건도 검찰이 1년여만에 무혐의 처분을 내림으로써 종결됐다.

김씨와 변호인단은 이에 불복,87년 2월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고 6공정부가 들어선후인 88년 12월 뒤늦게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짐으로써 고문경찰관 4명의 재판이 비로소 시작됐었다.

이후 공소유지담당 특별검사로 지정된 김창국변호사와 피고인들간의 1심재판에서 19차례에 걸친 법정공방이 계속되다 91년 1월30일 고문경관 4명 모두에게 징역 5∼2년씩의 실형이 선고됐지만 법정구속은 되지 않았었다.

이번 2심재판부의 판결이 대법원에서 유죄로 최종 확정될 경우 김씨는 85년 당시 서울대 민추협사건으로 선고받은 징역 5년의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번판결을 계기로 김씨 고문사건의 공범으로 4년동안 도피중인 이근안 전 경감의 검거문제가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김승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