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위기통감 강경자세 전환『한손으로는 개혁개방을,다른 한손으로는 반부패투쟁을 전개한다』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의 주요 일간지들은 23일 강택민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18일 민주당파 인사와 전국 공상련책임자,그리고 무당파 인사들을 초청,공산당이 반부패투쟁에 나설 것임을 통보하고 이들 당외인사들의 협조를 당부한 이 말을 소제목으로 뽑아 부각시켰다.
이같은 새로운 슬로건의 제시는 79년 개혁개방 이후 변함없이 견지되어 왔던 「1개 중심 양개 기본점」이라는 구호에 질적 변화를 가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마저 불러일으켜 눈길을 끈다.
1개 중심은 경제건설을 지칭하는 것이고 양개 기본점은 각각 개혁개방과 4항 견지를 가리킨다. 특히 ▲사회주의노선 견지 ▲인민민주주의 독재견지 ▲중국공산당 지도의 견지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모택동사상의 견지라는 4항 견지는 중국의 최고실권자 등소평이 79년 3월30일 당중앙위에서 처음 제기한 이래 개혁개방 노선을 강조할 때면 후렴처럼 어김없이 따라 붙던 구호였다.
그러나 18일의 강 총서기의 강화에서는 4항 견지를 대신하여 반부패투쟁이 그 자리에 들어섰다. 18일 회합의 자리가 비공산당 인사를 초청한 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동전의 앞뒷면처럼 개혁개방을 강조할 때면 으레 사용해오던 구호를 반부패투쟁으로 대체한 의미는 심상치 않다. 4항 원칙을 포기할리가 만무인 중국공산당이 이 구호를 뒷전으로 돌리고 반부패투쟁을 개혁개방과 함께 양개 기본점의 한쪽 축으로까지 끌어올려 놓았다는 사실은 중국의 부정부패의 심각성을 증거하고 있다.
실제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는 22일 중국사상 최대의 금융부정사건이 발생,중국지도부가 당혹감에 휩싸여 있다고 보도했다. 외화를 취급하는 고위은행관리를 포함,약 90여명의 은행관리들이 국고에서 무려 미화 2백80억달러(약 22조5천억원)를 빼내 이중 1백억달러를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것이다.
이 보도의 사실여부는 제쳐 놓더라도 부정규모가 중국의 현외환보유고 1백98억달러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범죄의 대담함에 충격을 감출 수 없다.
이외에도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으로 빚어진 배금주의와 이기주의는 중국 전역에 부패의 씨앗을 뿌려 놓았다. 중국을 움직이는 당조직은 물론 관료조직,경제관련부서,정상적인 상거래 등에서 부정이 판을 친다.
이에 따라 중국지도부의 위기의식도 극에 달해 있다. 강 총서기는 지난 21일 기율검사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부패가 당과 인민정부를 장례 지낼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표현마저 주저없이 사용했다. 중국이 반부패운동을 국가적 목표로 제시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강택민은 이날 대다수의 지도층은 대체로 잘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기는 했지만 일부 간부들 사이에서 「배금주의」 「향락주의」 「극단적 개인주의」가 만연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리사욕 채우기」가 행해지고 있으며 뇌물을 받아먹거나 인민을 상대로 심지어 공갈을 쳐서 재물을 빼앗는 일마저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시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결론적으로 반부패운동의 3개 지침을 제시했다. 첫번째는 당정지도부가 청렴의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며,두번째는 당정의 영도기관과 사법부문·행정부문,그리고 경제관리 부문의 간부와 관리들이 저지른 비리활동의 조사와 처벌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각 부문과 지구에서 돌출되는 문제점들을 수습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연내에 뚜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경제건설과 개혁개방의 부산물로 여겨왔던 부패현상이 결국은 개혁개방의 전도마저 그르칠 수 있는 무서운 해독임을 중국지도부가 통렬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 특히 22일과 23일에 걸쳐 대대적으로 대중에 공개된 강택민의 강화가 이를 알려주고 있다.<북경=유동희특파원>북경=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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