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제외 주장… 최종협상 난항예고경부고속철도건설사업의 우선 협상국으로 선정된 프랑스에서 한 유력언론이 TGV(테제베)의 대한기술 이전에 우려를 표명하는 기사를 실어 주목을 끌고 있다. 프랑스의 최고권위지 르몽드는 22일자에서 「TGV위험한 기술이전」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해설기사를 싣고 TGV기술 이전의 부머랭 효과를 경고했다.
이 기사는 수출대상국내의 부품제작 허용과 기술이전을 약속하지 않고는 상품을 수출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기술이전에 따른 문제를 집요하게 지적했다.
한마디로 「우리가 준 첨단기술에 우리가 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귀중한 노하우를 얻은 나라는 이를 더욱 개발,기술제공국을 추월하고 나아가 이를 세계시장에 더 싼값으로 팔 수 있기 때문에 기술이전이 위험하다는 논조이다.
수출국의 기술이전은 산업스파이행위와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동차,통신,조선,전자기술 등을 예로 들어 기술을 이전받은 나라가 세계시장에 결국 기술공여국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급속도로 그리고 능란하게 기술을 익히는 아시아지역에서는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한국의 재벌그룹인 대우와 현대가 수년내에 TGV를 상업화해 알스톰사보다 더욱 싼 값으로 파는 것을 프랑스가 목격하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르몽드지는 보잉사(미)와 에어버스(불)가 중국과 일본에 여객기 동체의 생산을 허용했지만 항공기술에서 가장 핵심인 조종석 기술 등 전략적 부분의 노하우는 이전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따라서 앞으로의 최종계약 협상단계에서 프랑스측은 핵심기술을 양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르몽드지는 결론지었다.
이와함께 정부가 알스톰사에 재정적인 지원을 강화해 제3세대 TGV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몽드지의 이같은 보도는 알스톰사의 피에르 빌제 사장이 2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개발하게 되는 TGV는 제3국에 수출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프랑스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20일 경부고속전철 차종으로 TGV를 선정하자 이를 자국기술의 승리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해 왔다.
프랑스신문들은 20일과 21일 조석간에서 이 소식을 1면톱에 올리고 해설과 사설도 곁들였다. 르몽드와 피가로는 각각 「독일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다」와 「TGV의 쾌거,한국시장에의 첫발」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파리에서 발행되는 영자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도 1면 두번째 주요기사로 프랑스가 한국에서 TGV로 승리를 거둔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의 여객기 수주경쟁에서는 미국에 패배한 듯하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프랑스언론은 독일을 경쟁에서 따돌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한국과의 정치경제교류 증대 전망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TGV선정에 따른 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표출된 기술이전 우려반응은 향후 고속전철공사를 둘러싼 한불간의 최종협상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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