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세력 반발로 「사죄발언」 약화/개인보상문제 가장 큰 걸림돌/전쟁책임 의회 사과결의문 채택 주시『과거 우리나라의 침략행위나 식민지배가 많은 사람들에게 참기 어려운 고통과 슬픔을 초래한데 대해 깊이 반성하면서 사죄한다』
호소카와 일본총리는 23일 하오 중의원에서 행한 「소신표명연설」중 2차대전의 책임문제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역대 일본총리가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침략행위」 「식민지지배」로 언급하고 「깊은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2차대전중 희생당한 일본인 전몰자 유족들의 반발을 고려,원고초안에는 침략이란 용어가 빠져 있던 것을 총리 스스로 고집하여 침략행위로 표현한 점에 대해선 일단 피해당사국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날 연설은 총리 취임이후 기자회견이나 8·15 추도사에서 밝혔던 견해보다는 어조가 크게 약화된 것이다.
호소카와 총리는 10일의 기자회견에서 2차대전에 대해 『나 자신은 일본의 침략전쟁이며 잘못된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명했다. 그는 15일의 전몰자 추도식에서도 『아시아 근린제국을 비롯하여 전세계 모든 전쟁희생자와 그 유족에 대해 국경을 초월하여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주변국가들은 자민당 정권이 몰락하고 연립정권이 출범하자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솔직하게 사과하고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기대해 왔다. 그것은 호소카와 정권의 주요 인물들이 전쟁책임에 관해 자민당시절과는 다른 발언들을 해왔기 때문이다.
부총리겸 외무장관인 하타(우전자) 신생당 당수는 총선기간중 『특별국회에서 2차대전에 대한 반성과 사죄,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것을 결의하고 소신표명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이어 8월초에는 『유감보다는 사죄,종전보다는 패전이라고 분명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도이(토정) 중의원 의장은 15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우리들의 잘못으로 비참한 희생을 당했던 아시아인들과의 화해를 아직 아직 하지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호소카와총리를 비롯한 새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전쟁책임 문제를 종결지으려한 것은 연립정권 출범당시 7개 정당의 합의사항에도 걸맞는 행동이었다.
호소카와 정권을 지탱하고 있는 연립여당은 연립에 관한 합의사항속에 「과거의 전쟁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세계 및 아시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협력할것」(4항)을 약속한바 있다.
그러나 최근 자민당과 외무부를 중심으로 한 수구세력으로부터 전쟁책임에 관한 새 정권의 자세에 강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보상문제가 제기됐다.
하시모토(교본용태랑) 자민당 정조회장은 22일 호소카와총리의 「침략전쟁」 발언을 비난하면서 『침략전쟁 발언으로 배상문제 등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일본 유족회 등에서는 자신들의 친지가 침략자로 낙인 찍히는데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무부 관계자는 『사죄 자체는 좋지만 사죄했을 경우 반드시 보상문제가 뒤따른다. 국가간의 배상은 거의 해결됐지만 개인보상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같은 국내분위기로 인해 당초 1조엔의 전후처리 기금을 창설하려던 호소카와 정권의 구상은 실현가능성이 적어졌으며 이날 소신표명 역시 주변아시아 국가들의 기대보다는 한발 후퇴한것이 됐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적어도 정부차원에서는 종군위안부 문제에 따르는 보상을 요구하지 않을 방침을 분명히 밝힌바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일본정부가 전쟁책임 문제에 계속 인색할 경우 「일본이 지향하는 것은 세계평화냐,일국평화냐」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국가들은 일본의 전쟁책임에 대한 국회결의가 어떻게 표현될지를 지켜보고 있다.<도쿄=이재무특파원>도쿄=이재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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