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계열 공동출제 반발/한해 2회 실시 조정론 대두지난 20일 실시된 제1차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일선교사와 입시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당초 우려와 달리 고등정신능력을 측정한다는 본래 취지에 맞추어 평이하면서도 수준높게 출제됐다는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는 수능시험이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로서 결격이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국한된 것이다.
따라서 수능시험이 과연 대학교육의 적격자를 선발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고교교육 정상화라는 보다 시급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험제도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합격판정을 유보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일선 교육현장에선 이미 수능시험 실시가 확정된후 교육정상화를 향한 주목할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수능시험이 이러한 변화를 촉진시켜 움직일 수 없는 대세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수능시험 도입의 필요성과 취지에 전폭적으로 공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수능시험에 대한 문제제기는 존폐여부 등 근본적인 사안보다는 주로 횟수 출제방식 등 부차적인 운영문제에 모아지고 있다.
문·이과의 계열구분이 없는 공동출제로 자연계 학생에 비해 인문계 학생이 불리하다는 주장은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인문계 학생과 학부모들은 최근 이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교육부에 제출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원래 수능시험을 계열구분없이 출제키로 결정한 배경에는 문·이과로 나눠 치르는 대학별 고사로 수능시험의 계열 공동출제를 보완하겠다는 의도가 있었으나 대혁별 고사 실시대학이 당초 40개 대학에서 9개 대학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별 고사 실시대학의 수가 늘어나지 않는한 계열분리 출제를 하거나 동일계 진학자에 대한 가산점 여부 등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한해에 2회 실시하는 시험 횟수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1차와 2차 시험 난이도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한번 출제와 시험관리에 소요되는 경비가 90여억원이나 되는 등 재정과 행정지원면에서 낭비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교육부와 국립교육평가원 등은 이같은 문제 때문에 당초 1회 실시를 건의했으나 6공 정부의 최고위층이 수험생들이 좋은 점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시험횟수를 최소한 2회 이상이 돼야 한다는 교육계 일부 의견을 수용,2회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산 등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수능시험이 정착될 때까지는 1회로 시험횟수를 줄이되 장기적으로는 출제방식을 문제은행 형태로 바꿔 수시로 시험을 실시,학생들이 각자 편한 때 응시할 수 있도록 문항개발 및 국립교육평가원 운영에 집중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2개 이상의 과목을 결합,출제하는 통합교과식 출제방식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현실적인 실효성에 대해서는 적지않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출제 자체가 어렵다. 예컨대 영어와 국사를 결합하는 문제를 출제하는 경우 2명 이상의 출제자가 각자 전공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나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다 중요한 점은 일선 학교에서 통합교과식 출제에 적합한 수업이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아직도 상당수의 교사들은 암기위주 수업방식을 대체할 새로운 수업방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글쓰기 독서 토론 실험실습 등 수능시험의 도입취지에 맞는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시도하는 교사들도 학부모의 몰이해와 과밀학습,실험기자재 부족 등 열악한 교육여건의 벽앞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수능시험이 교육정상화를 선도하는 제도로 정착,발전하려면 출제방식,시험횟수 등 기술적 차원의 보완,개선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여건 향상을 위한 정책개발·투자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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