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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해… 수재… 겹치는 시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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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해… 수재… 겹치는 시름(사설)

입력
1993.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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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계절이 우울하다. 찌는 더위없이 여름을 건너 뛰자니 수확의 가을을 앞두고 한숨이 앞선다. 예년 같지 않은 날씨 탓이다. 기상이변이란 언제고 생길 수 있는 자연의 조화이지만 올해는 유별나다. 여름은 더워야 역시 가을이 풍요롭다.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홍수나 물난리는 그런대로 면했으나 호우현상이 잦았다. 지난 주말에도 남해안 일대에 갑작스런 호우가 닥쳤다. 인명과 재산피해가 컸다. 농작물도 타격을 입었다. 어디 물난리 뿐인가. 이상저온과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병충해와 냉해가 황금의 들녘을 깎아먹고 있다. 특히 벼농사는 꼼짝없는 흉년예고다. 80년 이후 최대 흉작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올해 벼농사의 예상수확량은 3천6백50만섬­. 농림수산부는 지난 8월초만해도 감수량을 5.5%선인 2백만섬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짖궂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예상은 훨씬 빗나간다. 피해는 8.2%인 3백만섬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 버리지 못한다. 그나마 앞으로 며칠동안의 기상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는 딱한 상황이기도 하다.

벼농사만이 아니다. 낮은 기온과 모자라는 일조량은 농작물 전반에 흉작피해를 낼 것으로 크게 걱정된다. 과일이 제대로 크지도 않고 익어가지도 않는다. 채소와 양념의 작황이 어느 수준일지 걱정이 태산같다. 재배농들의 주름살이 좀체 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올해 냉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고 이웃 일본과 중국 동부에까지 타격을 가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몇십년만의 흉작이라고 울상이다. 그렇다고 이런 사실이 우리에게 한가닥 위안거리가 되지 않는다.

우선 한치의 피해라도 줄여가는 노력이 아쉽고 시급하다. 정부와 농민은 병충해라도 최소로 줄이게 꾸준하고 빠른 방제작업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흉작은 흉작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물가에 압력을 가하고 어려운 농가의 수지를 한층 쪼들리게 만든다. 민심에 미치는 영향을 또한 무시할 수가 없을줄 안다.

지금 온나라가 실명제에만 매달려 관심을 쏟아부을 계제가 아님이 분명하다. 흉년과 물난리를 그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재해로 돌리거나 덮어두지 말고 그것을 인재로 알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요구된다. 그래야 농민이 살고 도시인의 살림형편은 안정을 유지하게 된다.

하늘만 쳐다보는 농사는 옛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천재에 대처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시련은 이기고 넘어 가야지 무릎을 꿇으면 더 큰 일이 닥친다.

그동안 우리는 풍년가에 젖어 살았다. 이젠 흉년의 도전에 힘을 모을 차례다. 냉해와의 싸움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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