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등 못숨겨 탈세 엄두 못내/세수 증대예상… 세율인하해야공평과세. 어느시대 어느나라에서나 추구하는 세정의 궁극적 목표인 조세정의가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라 우리에게도 그 실현기반이 마련됐다.
실명제 실시는 한마디로 그동안 세금 그물을 교묘히 빠져 나갔던 지하경제의 검은 돈을 「밝은 세상」으로 끌어내는 것으로,시작은 거래실명제지만 종착역은 종합과세이다.
「봉급생활자 10,자유직업 소득자 5,사업가 3」이란 말이 있다. 세정가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말로 봉급생활자는 세금을 전부 내지만 자유직업자는 절반정도만,사업가는 30% 수준만을 낸다는 의미다.
그러나 실명제 실시로 이 말은 이제 사라질지도 모르게 됐다. 실명제는 누가 어떤 돈을 어떻게 움직여 어느 정도의 소득을 올렸는지,즉 자금의 흐름과정이 투명해지기 때문에 소득을 숨겨 세금을 포탈할 수가 없게 된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때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자유직업소득자들에 대한 과세가 대폭 강화됐으나 대부분 순응을 했고 그 결과 소득세 징수액이 크게 늘었다.
김영삼대통령은 17일 국세청 간부들과의 오찬에서 『불로·음성소득자 등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그만큼 소득에 비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셈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거의 상식처럼 되어 있었던 비자금이나 차·가명 명의의 기업자금 등이 이번 실명화 실시로 대부분이 그 실체를 드러낼 수 밖에 없게 됐다.
금융실명제 실시는 우선 자금흐름의 투명화를 통해 과세대상소득(과세베이스)의 확대를 가져오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세부담의 증가를 가져와 세율인하 등 조세체계 전반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을 요구하게 된다. 갑자기 늘어난 세금은 정당성 여부를 떠나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뿐 아니라 더 지능적인 탈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세제는 처음부터 어느정도의 소득탈루를 전제로 세율을 높게 책정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34%로 대만의 25%에 비해 월등히 높고 종합소득세율도 최고 50%로 미국의 31%,영국의 40% 보다 높다. 상속세 증여세 등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각종 세금의 세율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세율인하에 따라 발생할지도 모를 일시적인 세수부족은 국채발행 등으로 충당한후 실명제 정착에 따라 더 걷히는 세금으로 이를 갚으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시기가 빠르다는 판단이다. 홍재형 재무부장관은 17일 국회 재무위에서 『실명제 실시후 세원이 추가로 노출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과세자료 양성화에 따른 세수변동은 내년에야 나타나기 때문에 내년의 재정수요를 감안,올해는 세율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도 『현재 확실하게 말할 수있는 것은 올해 세수목표 달성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즉 실명화에 따라 당장 늘어날 세금은 비실명의 실명전환에 따른 이자소득세 추징과 상속증여세 정도고 오히려 경기침체로 세수부진이 더 오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다만 자금조달 등에 당장 큰 타격을 받는 영세소기업을 위해 법인세액 공제제도를 중소제조업에 한해 계속 허용하고 매출액이 전부 드러나 일반과세자로 전환되는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자에 대해 늘어난 세금의 일정부분을 깍아주는 한계세액 공제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명제 실시에 따라 우선 재산과세의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실명제가 정착되면 금융자산소득은 전부가 드러나지만 부동산 소득은 실지가액에 못미치는 과표에 따라 과세되기 때문이다.
또 조세감면의 축소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세감면은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들이 당연히 받아야할 각종 혜택을 제대로 못받게 하는 등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한다.
실명제 실시는 이와함께 세무당국의 엄정한 세정집행을 요구한다. 실명제란 결국 개인 및 기업의 모든 비밀스러운 기록이 세무당국의 손안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이상호기자>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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