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건설중인 경부고속철도에 운행할 차종을 프랑스 알스톰사의 TGV형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6공 정부가 89년초 건설계획을 발표한 이래 조기건설의 타당성에 관한 논란을 빚어왔던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새정부가 확실하게 인수해서 추진하는 첫번째 대형사업으로 정착됐다. 또 차종선정은 우리 사회의 「고속철도시대」가 7년 앞으로 성큼 다가섰음을 알리는 신호음 같은 것이기도 하다.차종입찰에 응찰한 프랑스·독일·일본 등 3국은 지난 5월까지 5차례의 수정입찰제의서를 제출하며 피나는 경쟁을 벌였다. 6차 수정제의서 제출때 일본이 탈락한후 프랑스와 독일이 보다 많은 기술이전과 부품 국산화율 제의 및 가격인하를 놓고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고 외교적 지원을 포함한 국가차원의 경쟁끝에 프랑스의 TGV형이 우선 협상대상으로 선정된 것이다. 그 치열했던 국제경쟁을 돌이켜보면서 고속철도 건설사업이 기술선진국들에게 갖는 의미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어쨌거나 정부의 TGV형 차종선정은 우리의 국가이익이 가장 보장될 수 있는 합리적인 판단기준에 준거했으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또한 이제부터는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계획대로 진척시켜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2001년까지 철도건설의 완공과 시험운행을 끝내고 2002년에는 영업운행을 할 수 있으리라는 것도 우리는 믿고자 한다.
총사업비 10조7천4백억(93년 가격)을 투입해 서울부산간 4백30.7㎞에 전용고속철도를 건설,최고시속 3백㎞의 여객열차를 운행하게 되면 그것은 또 하나의 철도혁명을 성취하는 것이다. 서울부산간의 경부축에는 전인구의 64%가,국민총생산의 69%가 집결돼있는 이 땅의 최대 간선축이다. 기존 철도와 고속도로 및 국도는 이미 5백80만대(7월말 집계)의 차량들로 해서 포화상태다. 차량이 95년에 7백50만대,2천년에 1천2백만대로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육로의 확장만으로는 수송애로를 타개할 수 없다.
현재도 교통체증으로 인한 물류비용이 매출원가의 17.3%,GNP의 14.3%로 선진국의 1.5배에 달한다. 이러한 교통체증비율을 줄이지 않고서 우리 상품이 무슨 수로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경부고속철도 건설의 시급성은 사람수송을 고속철도가 맡게 함으로써 기존철도와 고속도로를 화물수송 수요로 전환케 하자는데 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제 다시 건설의 타당성 시비를 거론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의 낭비가 된다.
문제는 10조원이 넘는 투자비용을 어떻게 차질없이 조달할 수 있을 것이냐에 있다. 재원조달게획은 정부의 재정지원이 45%인 4조8천3백30억원이고 건설공단의 자체조달이 55%인 5조9천70억원으로 돼있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확충재원도 쉽지 않지만 공단의 채권발행·해외차입·민자유치 등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 정부와 건설공단이 지혜를 모으고 국민협조를 불러들여 차질없이 고속철도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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