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던진 제1성이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한푼도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부정부패의 정치판을 혁신시켜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 선언은 곧 김 대통령 자신의 재산공개로 이어졌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많은 공직자들이 재산공개 과정을 통해 도태되었다. 도덕성에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재산공개라는 수단에 의해 정화작업이 저절로 이뤄진 셈이었다. 그러나 정치개혁이 그것으로 끝날 수는 없었다. 시궁창의 겉으로 드러난 거품만 걷어낸데 불과했다. 썩은 밑바닥은 손도 대지 못했다.
공직자의 재산등록 신고가 제도화하긴 했지만 그것으로 정경유착이 없어지고 정치판이 깨끗해질 것이라고는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다.
때마침 전격적으로 나온 금융실명제는 정치를 개혁하는데 좋은 계기로 작용할 것 같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구경하는 것만으로 정치판이 쇄신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 스스로가 정치에 대한 과거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정치는 돈으로 하는 것이고 돈이 없으면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오랫동안 뿌리박힌 그릇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책개발과 부지런한 입법 의정활동,참신한 아이디어와 이미지 등으로 얼마든지 정치를 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돈의 힘을 빌려 금권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은 배격되어야 한다. 그들이 바로 정치를 썩게 만드는 부정부패의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실명제 실시에 발맞춰 최근 정치권에서도 「돈안드는 정치」를 위해 제도개혁을 해야한다는 다짐이 나오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정치권이 제도적 개혁작업을 벌이는데 유의해야 할 점은 정치비용이 덜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돈이 많이 들어가는 구멍을 막아야 한다.
돈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는 역시 정당의 방만한 공조직 운영과 선거라고 해야할 것이다. 정당법 선거법 등을 고칠 때 반드시 주안점을 두어야 할 대목이다.
돈이 들어가는 요소를 규제하는 동시에 깨끗한 자금을 필요한 만큼 공급해주는 제도적 장치도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국민의 세금으로 정치비용을 모두 충당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무리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의식수준이 아직 거기까지는 올라 가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정말 정치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되면 그 문제는 자연적으로 해소될 것이다. 그러니까 정치인 스스로의 각성이 무엇보다 앞서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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