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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걱정” 반바지·슬리퍼 물결/수학능력시험 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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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걱정” 반바지·슬리퍼 물결/수학능력시험 치던 날

입력
1993.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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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커피·아이스크림등 “불티”/선배·동문 요란한 격문 사라져/식중독 걸려 시험도중 포기도한여름에 처음 실시된 제1차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교통혼잡과 요란한 격문·격려가 없는 새 입시풍경을 만들어냈다.

수험생들은 11월에 또 한번의 응시기회가 있어 한결 여유있게 시험을 치렀다.

지원대학에서 실시되던 시험이 각 고교로 고사장이 바뀌어 교통인구가 분산된데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걸어서 고사장에 입장,예년의 입시교통지옥은 완전히 사라졌다.

○…20일 전국 각 고사장엔 학부모들과 고교 후배 등 소수가 정문앞에 수험생을 조용히 격려했고 혹한 입시때의 격문·플래카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험장 주변의 뜨거운 커피제공 모습도 사라져 냉커피나 캔음료 제공이나 판매가 새로 등장했다.

서울 서초중 시험장에는 경기여고 2학년 정·부반장 10여명이 금융실명제를 본뜬 「실력공개는 실명으로」 「경기여고는 실전에 강하다」는 피켓을 들고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각 시험장엔 한여름 입시를 반영한듯 반바지 미니스커트 슬리퍼차림의 수험생들이 물결을 이루었다.

서울 환일고 시험장에 나왔던 학부모 김모씨(40·여)는 『자유분방한 차림새가 좋아보이기는 하면서도 지나친 노출엔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긴장감이 덜한 때문인지 곳곳에서 수험표나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린 수험생들이 생겨 경찰이 순찰차로 긴급 배달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서초중에서는 안정문양(19·경기여고 3)이 고사장옆 공중전화 부스에서 집으로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건뒤 주민등록증이 든 지갑을 놓고 나와 한동안 애를 태웠으나 교통지도를 하던 경찰이 파출소 컴퓨터로 신원을 확인한뒤 입실시켜줘 무사히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서울 제8지구 제12시험장인 구정중에서는 교육부의 시험시간 종료전 시험지 공개금지 지침을 어기고 관리요원들이 시험기간 도중 게시판에 시험지를 내붙여 한때 말썽이 일었다.

학교시험본부측은 『시험문제를 궁금해하는 학부모와 일선 교사들을 위해 1교시 도중 미리 게시판에 시험지를 붙인뒤 1교시 종료직전 교문앞에 게시판을 옮겨 공개한 것』이라며 『2교시부터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종료후 게재했다』고 해명했다.

○…구정중에서는 또 김형섭군(19·반포고 졸)이 식중독에 걸려 시험을 포기하는 여름 입시부작용도 있었다.

김군은 이날 아침부터 속이 좋지않은 상태에서 1교시 시험도중 양호실로 옮겨져 진정제를 먹고 시험을 치렀으나 물만 마셔도 토하자 학교측이 보다 못해 부모를 불러 허락을 받고 상오 11시40분께 귀가시켰다.

○…낮 12시10분 2교시 수리·탐구영역Ⅰ 시험이 끝난뒤 수험생들은 삼삼오오 시원한 그늘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시험문제 풀이를 했다.

서울 용산고 등 구내식당 매점 등에선 즉석라면과 아이스크림이 불티나게 팔리는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제1교시 언어영역과 제4교시 외국어영역시험중 듣기평가를 치르는 수험생들을 위해 이날 상오와 하오 한차례씩 김포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중단됐다.<여동은·현상엽·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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