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교역상대국·일 「전례」 의식/외교파장 최소화 향후 숙제로정부의 고속철도사업과 관련,기종이 프랑스의 TGV로 20일 최종 확정되자 이 사업이 갖는 기술 및 자본외적 요인으로 인해 외무부는 적지않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외무부는 이날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기전에 독불 양국에 TGV 기종 결정사실을 사전 통보했다.
선준영 외무부 제2차관보는 이날 상오 먼저 경쟁에서 탈락한 지메스 주한 독일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프랑스가 우선 협상국으로 선정됐으며 이같은 결정은 철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순수한 기술적 차원에서 결정됐으니 이해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지메스 대사는 『통보해줘서 고맙다』고 답변했다.
선 차관보는 이어 프라그 주한 프랑스 대사에게도 전화를 통해 TGV 기종선정 사실을 통보하고 앞으로의 협력을 당부했다. 외무부는 이와 동시에 주독 및 주불 대사관에 같은 내용의 전문을 보내 각각 해당국 정부에 설명토록 조치했다.
정부가 이처럼 고속철도사업의 마지막 경합국이었던 프랑스와 독일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고속철도사업의 기술 및 자본교류 차원을 넘어 국가차원의 협력파트너 선정이란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선 고속철도 기종이 TGV로 결정됨에 따라 한불간의 기술협력은 본궤도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테랑 대통령이 내달초 방한할 예정이어서 이를 계기로 구체적이고 폭넓은 양국간 기술협력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미테랑 대통령은 이번 방한때 자국의 경제·기술 지도자들을 대동해 우리나라와 구체적 협의체 마련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부 고위당국자는 이와관련,『고속철도사업은 완성된 제품판매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포괄적 이전을 의미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프랑스의 첨단기술과 높은 문화가 「낙진」될 여지가 높다』며 고속철도사업이 갖는 문화 외교적 교류가능성까지 예상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TGV 선정을 발표하면서 가장 신경이 쓰였던 대목은 독일쪽의 반응.
외무부가 사전 통보절차를 밟으면서 제일 먼저 독일대사관에 전화연락을 한 것도 이같은 점을 고려했기 때문. 독일은 유럽국가중 우리에게 규모면에서 가장 많은 기술이전을 하고 있는 나라이다. 이와관련,외무부 당국자는 『독일의 ICE가 탈락한 사실이 이같은 한독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앞으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라며 『그동안의 협상과정에서 독일이 프랑스보다 정부차원의 지지가 다소 「의연」했던 점이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밝혔다.
외무부가 독일에 대해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같은 탈락국인 일본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일·독·불 3국이 경쟁하다가 일본 신간선의 탈락이 공표됐을 때 일본정부는 공식 외교채널을 통해 「유감」의 뜻을 전해왔었다. 당시 일본은 외교채널을 통해 『일본 제외를 우선 발표함으로써 마치 일본의 기술에 문제가 있는듯이 알려지게 된 점은 유감이다』고 「항의」를 한바 있다.
결국 이번 TGV 선정발표는 프랑스의 첨단기술을 포괄적으로 유입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지만 독일과 일본측을 고려해야 하는 외교적 부담을 안고 있다.<정병진기자>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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