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동안 결말없는 논쟁만 거듭해온 국제적인 통상현안 「일본의 흑자」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일본의 엔화가 1달러에 1백엔대로 올라갔다는 것은 일본을 초점으로 하는 국제경제구조에 어쩔 수 없는 변화가 다가서고 있음을 시사한다.일본의 엔화는 2월초부터 반년동안에 20%나 급격하게 재평가돼,지난 16일 결국 1달러에 1백엔대로 올라갔다. 그동안 일본에 대해 일방적인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다그쳐온 미국으로서는 90엔대까지 올라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 엔화의 급격한 재평가,다시 말해서 「엔고」현상은 71년이래 이번이 네번째 겪는 파동이다. 그러나 이번 네번째 「엔고」는 냉전종식이후 국제질서의 재편성과 맞물려 일본으로서도 상당한 구조개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기업들은 국제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최저선을 1백10엔으로 봐왔다(일본무역진흥공사 조사). 엔화가 1달러당 90엔대로 올라갈 경우 그동안 완강하게 저항해온 구조 재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일본무역진흥공사의 조사에 의하면 상당수 기업들이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또는 해외투자 확대를 생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몫은 이미 일본의 뒷마당이 돼버린 동남아에 돌아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수요확대와 무역흑자축소를 위한 규제완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호소카와 내각은 시장개방의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설정,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의 채무국인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대외정책 최대의 과제로 일본과의 무역불균형 축소를 꼽고 있다. 오는 9월에 시작될 회담을 앞두고,일본은 자그마치 1천3백20억달러(92년도)나 되는 흑자를 줄이기 위해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일본 엔화의 급격한 재평가는 북미와 유럽의 경제블록화와 함께 격동하고 있는 세계 경제판도의 재편성과도 관련되고 있다. 당장 일본 제조업의 공동화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해도,동남아에 대한 일본의 산업이전 추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 예상된다.
우리로서는 80년대 후반의 엔고 경기와 같은 단기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해 1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보탤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대외정책연구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동남아로부터의 새로운 도전도 있다.
일본이 최소한의 산업구조개혁을 검토하게 됐다는 사실은 미·일관계도 냉전이후 시대에 들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태평양 연안에서 보다 큰 국제적 역할을 떠맡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러한 전환의 조짐을 빈틈없이 지켜보면서 단기적 이득 이상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발전목표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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