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실명제에 자구책 마련 합심/정자법·선거공영제등 손질 의욕금융실명제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있는 정치권이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동안 갖가지 통로와 방법을 통해 정치자금을 조달해오던 정치권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여야는 19일 저녁 민자·민주 양당은 3역 회담을 갖고 이같은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23일 국회 정치관계법 심의특위를 다시 가동해 본격적인 관련법률 개정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치권이 금융실명제 실시에 따라 시급하게 개정해야 할 법률은 역시 정치자금법. 금융실명제 실시로 기업의 비자금 조성이 어려워지고 선의의 후원자들마저 자금노출을 꺼리게 돼 정치인들의 호주머니가 당장 가벼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재력있는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의원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찬가지의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민자당의 경우 지역구 의원들은 매달 적어도 1천만원 이상의 자금을 지역구 관리에 사용해왔다는게 정설이다. 중앙당이 매달 지구당 경상비 1백50만원과 사무국장 조직부장의 급여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그 정도는 들어간다는 것이다. 통상적인 지구당 운영비외에 경조사,각종 당원 수련대회,유권자들의 개별행사 지원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지역구 관리비가 늘어남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행 정치자금법상의 후원회를 통해서는 필요한 만큼의 정치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후원회를 통해 1년간 최대 1억원을 모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후원자의 수는 2백명을 초과할 수 없다. 이같은 제약때문에 상당수 의원들은 후원회외에 다른 방법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해왔다.
그나마 사정한파 이후로는 후원회라는 정상경로를 통한 모금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후문이다. 민자당의 한 관계자는 『새정부 출범이후 후원회 모금 한도액인 1억원을 채운 의원은 20명도 채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여야는 후원회를 실질적인 정치자금 조달통로로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이 소액다수의 후원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모금한도액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야는 또 유권자 1인당 6백원씩으로 돼있는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증액해야 한다는데도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정치자금법중 여야의 이견이 맞서는 부분은 기탁금 문제. 야당은 기업들이 사실상 여당에만 정치자금을 기탁하는 현실을 감안,지정기탁제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이에 대해 민자당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선거법이나 정당법도 금융실명제의 영향을 받아 대폭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선거공영제가 보다 실질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이며 과다한 선거운동을 막기위한 운동기간 감축 등의 법개정인 뒤따를 전망이다.
정당법과 관련,민자당내에서는 지구당 폐지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나 소선구제하의 우리 정치현실상 폐지 자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다만 전반적인 정치비용을 줄여가는 방향으로 정당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민자당의 한 당직자는 『정치자금이 투명해지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제한뒤 『그대신 돈없이도 정치를 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이 조속히 함께 조성돼야 한다』고 정치권의 분위기를 전했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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