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자금도 못받아/직원 장기휴가등 조업단축 늘어/추석겹쳐 거래선들 현금만 요구금융실명제 실시로 자금난이 심해진 중소·영세업체들이 일시 휴업하거나 직원들에게 장기휴가를 실시하려는 조짐이 일고있다.
특히 의류·식품·직물 등 생필품 제조업체는 9월말의 추석대목을 앞두고 인건비·관리비 등 자금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아예 조업단축 등을 고려중이어서 생필품 가격앙등은 물론 유통시장의 경색마저 우려된다. 이에따라 대기업·백화점들은 하청업체 및 협력업체들에 지원자금을 긴급 방출하거나 한국은행 재할인금리로 어음할인을 해주는 등 구제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사채가 동결되고 정부가 금융실명제 후속보완조치로 5천억원의 긴급자금을 풀었으나 시중은행 지점당 1억원도 채 할당되지 않는데다 은행들이 대출책임을 우려,담보없는 중소·영세업체 대출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조립식 캐비닛을 개발,특허출원까지 낸 P산업 대표 김모씨(38)는 『긴급자금을 풀었다길래 은행에 갔으나 여전히 확실한 담보만을 요구해 포기했다』며 『자금사정 호전시기를 기다리기 위해 휴업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하모씨(43)는 『실명제 실시후 참깨·참기름·간장 등을 생산,공급하던 모식품의 물품공급이 끊겨버렸다』며 『이 회사는 물품대금이 회수되지 않고 판매부진까지 겹쳐 직원들에게 휴가를 연장 실시하거나 장기휴가를 줘 조업규모를 단축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에서 공작기계를 생산하는 K공업사 자금담당자도 『거래업체가 비교적 건실한 중견기업인데도 실명제후 수금률이 2%가량 하락했다』며 『이런 식으로 며칠만 지난다면 조업단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숨지었다.
추석대목 경기에 민감한 의류제조업체들은 관행상 1백% 어음거래하던 원단업체들의 현금요구가 쇄도해 고심하고 있다.
대형 의류업체인 N사의 자금부 직원 김모씨(37)는 『원단업체들의 현금요구 때문에 보유어음을 은행에 가져갔으나 「담보를 더 가져오라」고 퇴짜를 놓았다』며 추석대목을 걱정했다.
현대그룹은 19일 하반기 하청업체 지원자금 1천억원을 긴급 방출했고 3천여개의 협력업체를 보유한 뉴코아백화점도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백화점측이 지급한 어음에 대해 거래은행과 협조,백화점이 보증을 서서 한국은행 재할인금리 수준에서 어음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황상진·유승호기자>황상진·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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