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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교환설” 증시 한때 법석/실명제 일주일… 금융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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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교환설” 증시 한때 법석/실명제 일주일… 금융가 표정

입력
1993.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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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 첫 부도에 “우려가 현실로”/동아투금 돈인출사태 불끄기 곤욕○…19일 증권사 객장은 하루종일 화폐교환설을 비롯한 온갖 중대조치설로 어수선한 분위기.

지난 주말부터 주식시장에 유포되기 시작한 화폐교환설은 정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19일 하오 4시에 대통령담화문 발표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하오장부터 더욱 강세를 보이며 기정사실화하는 양상을 나타내기까지 했다.

특히 『정부가 구태여 화폐개혁을 할 이유가 없다. 금고나 장롱속에 「퇴장」한 자금이 상당액이 있다해도 화폐개혁의 충격이 워낙 큰만큼 아무리 배짱좋은 정부라도 개혁을 단행할 수 없다』고 주장하던 투자자들까지 『못할게 어디 있느냐. 증시에 돈이 몰리는 것을 봐라. 화폐개혁에 대한 「냄새」를 맡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주장을 번복하기도.

이날 나돌았던 화폐교환설은 『조폐공사가 이미 새로운 1만원권 인쇄를 마쳤다. 대통령이 19일에 화폐개혁,획기적인 대북관계 개선안,실명제 보완책 등을 골자로 한 중대발표를 할 것이다』는 등이 골격을 이루었다. 이밖에 경부고속철도의 차종선정 발표설도 뒤따랐다.

이에 따라 미심쩍어 투자를 다소 꺼렸던 투자자들까지 「증시에는 호재다. 폭등할 것이다』라며 대거 「사자」 주문을 내려고 몰려드는 바람에 객장이 북새통을 이뤘다.

이 바람에 주가도 껑충 뛰었는데 한 전문투자자는 『지금이야말로 팔 때』라며 재빨리 「팔자」 주문을 내기도. 이 전문투자자는 『주식시장을 잘 모르는 아마추어들이 이렇게 뇌동매매를 한바탕하고 나면 주가는 반드시 폭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

○…중소섬유업체인 진영산업의 1차 부도소식이 알려지자 투자자들이 중소형주를 더욱 기피.

중소형주는 자금능력이 취약,실명제로 인해 자금난이 가중되면 금융비용이 커지고 최악의 경우 부도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최근 주가상승 대열에서 소외되어왔던 터.

투자자들은 『우려하던 현상이 나타났다. 상장기업이 자금난으로 쓰러질 정도니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는 불보듯 뻔하다』고 과민반응.

또 이들은 『믿을 건 외국인밖에 없다. 경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오로지 외국인만이 냉철한 판단을 하고 있고 주식을 신규매입할 여력이 있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동향에 따라 판단을 내리겠다』며 「외국인 잣대론」을 펴기도.

○…은행가에는 한때 폭증했던 현금통화와 화폐발행액이 점차 안정세를 보이자 『후유증이 예상했던 것보다 작은 것 같다』는 낙관적 분위기가 대두.

한국은행에 따르면 18일의 화폐발행액과 현금통화 증가액은 실명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7백12억원과 5백억원으로 급증했던 현금인출이 다소 누그러졌으며 14∼16일 모두 3천5백80억원이나 늘어났던 은행여신도 17일부터 점차 감소세로 반전된 것으로 집계. 그러나 한은측은 『은행 표본조사 결과 실명전환 계좌수는 크게 늘었지만 8백만원 이하 소액계좌가 대부분이어서 큰손들이 움직일 9월이후 잠복된 불안요인이 다시 표면화될 것』이라고 분석.

한편 실명제 실시이후 3일간 은행 장기예금인 저축성예금은 3천1백억여원이 줄어든 반면 단기자금인 요구불예금은 1조1천억원이나 증가했고 18일 현재 콜금리가 12.35%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실세금리인 회사채 수익률은 14%대를 육박하고 있어 실명제 이후 자금시장의 예측가능성이 무너지면서 장기자금의 흐름이 사실상 끊기고 있음을 반영.

○…실명제 실시이후 금융기관 거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현금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각 은행창구에는 고객들의 대여금고 이용문의가 쇄도하는가 하면 일부 점포들은 부유층 고객의 거액자금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대여금고 안내 홍보활동을 전개할 예정.

현금이나 귀금속,유가증권 등을 은행이 보관해주는 대여금고는 금융거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실명제 적용대상이 아닐뿐 아니라 도난 분실의 위험성이 전혀 없어 현찰처리에 고심하는 부유층에게 「현금은신처」로 큰인기가 예상된다는 것. 또 은행 입장에서도 임대수수료 증대는 물론 제도권 금융권에서 이탈되는 돈을 일단 은행권안에 묶어두고 재예치를 권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에 따라 각 점포들은 실명제 시행 직후부터 대여금고 이용안내문을 서둘러 작성,창구를 찾는 거액고객들에게 배포하고 창구 직원들에게 고객유치 홍보교육도 실시할 예정.

은행 관계자들은 『현재까지는 대여금고 이용자수가 평소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큰손들의 예금 대량인출사태가 예상되는 9월 중순이후 이용자가 급격히 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

○…가명계좌를 실명으로 소급 전화해준 동아투자금융에 대해 정부가 인가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날 동아투금 창구에서는 고객들의 예금 인출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하루동안 동아투금에 인출을 요청한 금액은 4천여억원에 달했는데 동아투금은 일단 1천3백억원 가량을 인출해주고 법인 고객들의 인출요청에 대해서는 당분간 유예해주도록 설득,나머지 금액의 인출은 보류조치.

동아투금에서는 이에 앞서 은행감독원의 특별검사가 시작된 16일 3백억원,17일 7백40억원,18일 2백억원의 예금이 이탈했다.

동아투금은 이날 지불 불능사태가 우려되자 신용관리기금으로부터 3백억원의 긴급 자금지원을 받은데 이어 동업 단자사와 은행 신탁계정으로부터 콜자금을 긴급 조달.

한편 동아투금은 이날 상오 11시 본사 4층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불미스런 행동으로 국민 고객 관계기관 등에 심려를 끼친데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감독기관의 검사결과에 따라 경영진은 어떠한 책임도 감수할 각오』라고 밝혔다. 또 예금인출 사태와 관련,『현재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가 우려된다』며 고객과 관계기관의 협조를 당부.

단자업계는 동아투금 사태가 업계 전체는 물론 금융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큰 관심. J투자금융 관계자는 『동아투금이 불필요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업계 전체의 신뢰도에 흠집을 냈다』며 『그러나 정부가 이번 사태를 단지 사법적인 차원에서만 다룰 경우 금융권은 물론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처리해 융통성을 발휘해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김경철·김상철·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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