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후 경제방향 의견교환/기술개발·의식개혁등 격려도김영삼대통령은 지난 17일 저녁 청와대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배석자없이 만찬을 함께 했다.
김 대통령이 취임후 재벌그룹 총수를 단독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통령은 지금까지 재벌 총수들과의 단독면담을 의식한 적으로 피해왔다.
『정치자금을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온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9일 『김 대통령은 앞으로도 대기업 경영인들을 기회 닿는대로 만나 얘기를 들을 생각』이라고 예고했다. 말하자면 이 회장과의 만찬이 이를 위한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 관계자는 김 대통령이 앞으로 재벌그룹 총수들을 단독으로도 만나기로 한데 대해 『이제는 만난다고 해서 국민들로부터 괜한 억측이나 오해가 있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확고한 국민적 신뢰가 쌓였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김 대통령이 금융실명제 단행이후에 재벌 오너들을 만나기로 한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실명제 실시 이전에 재벌총수를 개별적으로 만났다면 실명제 단행이후에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는 얘기이다.
사실 김 대통령이 이 회장에 이어 계속 재벌그룹 총수들을 만나기로 한 것은 실명제 단행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
자신이 개혁중의 개혁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금융실명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재계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실명제 실시 이전에도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던 터에 실명제 실시로 경제전반이 더이상 얼어붙어서는 안되며 이를 위해서는 재계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주위에서도 김 대통령에게 건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실명제 단행 이틀후인 지난 14일 국무위원들과의 청와대 조찬 간담회에서 『필요하면 나도 기업인들을 만나겠으니 국무위원들도 기업인들을 만나 실명제 조기정착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이 재벌그룹 오너중 이 회장을 최초의 개별면담 상대로 택한데는 이유가 있다고 청와대측은 설명했다. 새정부가 추진해온 개혁과 변화에 맞춰 삼성이 기울여온 자기변화 노력과 기술개발 및 의식개혁을 김 대통령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또 삼성그룹의 노무관리가 모범적이어서 노사분규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데 대해서도 평가하고 있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대통령은 최근 이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의 해외지사 직원들에게 행한 강연내용을 TV로 보고 그의 「신사고」 개혁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김 대통령은 이 회장과의 만찬에 이어 이같은 개혁노력을 격려하고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측은 당초 이 만찬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다음날인 18일 재계 소식통을 통해 면담 사실이 알려지자 『재벌총수라기보다 언론사 사주를 만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9일에는 재벌총수를 만난데 의미를 부여하며 『일정을 보안에 붙이려했던 것은 다른데서 딴소리가 나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해서 김 대통령과 재벌총수와의 만남은 계속될 것 같다.<최규식기자>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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