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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2돌」 경제 앞날(러시아의 선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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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2돌」 경제 앞날(러시아의 선택:2)

입력
199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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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전환 시행착오 연속/정부­의회반목 일관정책 못펴/인플레·부편재 부작용만 심화/개혁표류 계속땐 5년내 3류국 전락 우려최근 러시아 농민 4천여명은 모스크바 최고회의 건물 앞에서 농산물 수매가의 인상을 요구하며 반정부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민영화된 농기계 및 비료공장 등이 각종 농기계와 비료값을 대폭 올리는 바람에 영농비가 엄청나게 늘어났으나 국가의 농산물 수매가는 소폭만 올랐을 뿐이어서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옐친의 사유화정책에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농민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시위를 하고 있던 때에 정부 청사에서는 올레그 로보프 제1부총리가 올해 사상 최초로 대풍작이 예상된다며 외국으로부터 곡물을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밋빛 전망을 하고 있었다.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는 지난 2년간 정부와 국민,의회와 정부,정부내의 온건파와 급진파간의 시각차 및 정책대결로 시행착오만을 거듭하고 있다. 일관된 정책이 수행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이익단체들은 조그만 파이덩어리를 많이 차지하겠다고 서로 목청만 높이고 있다.

탄광노조를 비롯,교원 관제사 의사 등 각종 노조들이 올들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투쟁을 벌였다.

정부는 이 때마다 요구조건을 일부 수용하며 급한 불을 끄는데 정신이 없었다. 한술 더 뜨는 것은 의회로 국민들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과는 정반대되는 법률안을 수백건씩 통과시키고 있다.

보수파가 대다수인 의회는 올 예산 적자액을 무려 2백30억달러로 책정,정부의 긴축통화정책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는 현재 월평균 20%가 넘는 초인플레를 더욱 촉발시킨다.

옐친은 의회의 예산안을 아예 무시한채 정부 자체계획에 따라 예산을 집행키로 해 내달 소집될 최고회의가 또 다시 반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말 실시된 화폐개혁은 정부 각료사이에도 엄청난 견해차가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표도로프 재무장관을 정점으로 하는 급진개혁파는 자유시장경제체제를,체르노미르딘 총리 등 온건개혁파는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체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중 70%가 빈곤계층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최근 여론조사는 약 64%가 치솟는 물가에 비해 임금수준이 너무 낮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할 정도다.

이 와중에 시장경제체제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일부 노멘클라투라(특권계급)와 부패관료 마피아 등만 부를 축적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벤츠승용차가 가장 많이 팔린 곳이 모스크바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됨에 따라 범죄·마약·매춘 등 사회병리현상이 곳곳서 표출되고 있다.

이달초만해도 모스크바 시내에서 백주에 기관총을 난사,사람을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인명경시 풍조까지 만연하고 있다.

러시아는 역사상 시장경제체제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차르시대에는 농노제,공산당 시대에는 중앙계획 경제로 명령에 의한 생산과 공급을 해왔으며 국민들은 단지 이를 추종해왔을 뿐이다.

85년부터 추진돼온 페레스트로이카는 국민들을 묶었던 사슬만 풀어준 셈이며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는데도 아직도 그 사실을 모른채 어두운 터널속에 방황하고 있다.

TV에 서방의 광고가 넘칠 정도로 나오고 길가에 키오스크(간이상점)가 하루가 다르게 생겨도 이는 시장경제체제의 본질이 아니다.

국민의 삶의 질이 유지되면서 새로운 체제를 접목시킬 수 있는 구체적 개혁프로그램을 국민적 합의를 통해 도출시키지 않는다면 향후 5년내에 러시아는 3류국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조차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막대한 자원들도 영구히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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