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평판 경제사정 이유 변호사로/법원가 “사법부위상 한단면” 안타까움9월의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실력파로 꼽히는 고법부장판사 2명이 변호사개업을 위해 법복을 벗어 법원가에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차관급 재산공개대상에 포함되긴 하지만 문제될만큼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닌데다 업무상 비위가 있었거나 승진서열에서 밀려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표제출을 바라보는 법관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자와 19일자로 각각 사표수리된 서울고법의 이보환 부장판사(사시5회)와 진성규 부장판사(사시 2회)는 법원내에서 민사법이론 및 실무의 대가로 꼽힐만큼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진 부장판사는 강제집행분야의 제일인자로 정평이 나있으며 그가 지은 「법원실무제요」는 법관들과 일반직 직원들에게 「바이블」로 통할만큼 널리 읽혀왔다.
또 이 부장판사는 자동차손해보상보장법 분야에 조예가 깊어 그의 저서는 교과서와 다름없는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진 부장판사는 내년 인사에서 법원장으로 승진할 것이 확실시됐었다.
진 부장판사의 경우 법원장으로 승진하면 지방으로 단독 부임해 몇년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부담감 등이,이 부장판사는 공대에 다니는 아들의 유학경비조달의 어려움 등 경제적 사정이 사표제출의 주된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또 내년 7월께 대법관 13명중 절반이상이 임기만료로 변호사개업을 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개업시기를 앞당겨 잡으려는 최근의 법원가 사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 법관들은 두 부장판사의 변호사 개업은 사법부의 위상과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말한다.
즉 사회전반적인 공직선호퇴조현상과 법관직에 대한 매력감소,사법부가 제 위상을 찾지못하고 손가락질당하는 현실이 유능한 법관들의 도중하차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1월 법원안팎의 신망을 받던 중견법관 2명이 변호사개업을 한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관직에 대한 매력상실 현상은 법원에 빠른 속도로 번져가고 있다.
한 중견법관은 『전통적 명예의식만으로 법관직을 고수하던 시대는 이미 지난 것 아니겠느냐』며 『유능한 법관들이 현직을 떠나는 것이 법원조직에 큰 손실이라는 점에서 사법부의 체질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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