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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 국가기관조사 첫 사례/감사원 서면조사 의미·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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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 국가기관조사 첫 사례/감사원 서면조사 의미·성격

입력
199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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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해명할 기회제공” 강조감사원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착수는 대통령 재임중의 통치행위도 감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선례와 함께 여러가지의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6공 출범초 5공 청산이라는 명분아래 전 전 대통령이 국회 청문회의 증언요구에 응한 적이 있으나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국가사정기관에 의해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와 민자당이 두 전직 대통령의 조사에 내심 반대입장을 견지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사원의 이번 조치는 여권 내부의 정치권에 적지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서면조사에 대해 『과잉조치』 『여론을 의식한 모양갖추기』라는 등의 반응아래 부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이번 조치는 전직 대통령이 국가기관에 의해 조사를 받는 첫번째 사례가 됐다.

89년 최규하 전 대통령이 국회 광주특위로부터 증인출석을 거부한 이유로 서울지검에 고발돼 피고발인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재임중의 통치행위와는 직접 관련이 없어 정식 조사라고 볼 수 없다.

전 전 대통령이 89년 국회 청문회에 출석,증언대에 섰지만 이는 조사가 아닌 증언이었다.

감사원의 이번 조사는 대통령 재임중의 통치행위라 할지라도 감사·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정치적 선례를 남기고 있다. 범법혐의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해도 의혹이 있을 경우 국가기관이 전직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다는 「관행」이 마련됨으로써 조사의 범위를 넓혀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 재임중의 통치행위라 하더라도 정권교체이후 시대상황 및 국민정서에 따라 「정치보복」으로 악용될 소지를 제공했다는 측면도 있다.

때문에 이같은 측면은 새로운 논란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청와대에서 감사원의 전직 대통령 조사에 일관되게 반대한 것이나 전·노 전 대통령측이 강한 불만을 표시한 대목 등이 이같은 측면을 잘 말해주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 진영은 『어느 누가 소신있게 국정을 통치하겠느냐』 『이회창 감사원장이 여론을 의식한 소영웅주의적 발상』이라고 감사원의 조사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은 서면조사가 범법 사실규명보다는 소명기회 제공이라는 목적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범법혐의가 없다 하더라도 평화의 댐 건설과 차세대 전투기 기종변경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어 이를 최종결정한 당시의 통치권자에게 질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서면조사 결정에는 내부적인 요인도 작용한 것 같다. 우선 이회창원장의 의지가 확고한데다 그동안의 특감결과는 의혹 핵심의 열쇠가 전직 대통령에게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평화의 댐 건설의혹의 경우 감사의 초점이 북한 금강산댐 2백억톤 수공위협의 판단근거였다. 감사원 감사결과는 이같은 판단이 과장됐다는 결론을 내렸고 감사원이 조사를 의뢰한 「대댐학회」도 감사원의 감사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율곡사업 특감 마무리부분인 차세대 전투기 기종변경도 소환조사 대상자들은 한결같이 노 전 대통령이 최종 결정했었다는 진술을 했다.

감사원의 서면조사는 진상규명보다 모양새 수순을 밟기 위한 「통과의례」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평화의 댐 건설의혹의 경우 감사원 감사결과만으로도 의혹의 핵심이 밝혀질 수 있고 차세대 전투기 기종변경에 대한 서면질의서 내용에 불법 커미션 수수여부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사원이 외무부를 통해 미국정부에 요청한 율곡사업 관련자료를 입수할 수 없게 됐다는 점도 서둘러 감사를 종결하게 된 요인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전·노 전 대통령측은 일단 질의내용을 검토한뒤 답변에 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진영은 이날부터 측근들이 모여 답변내용·방법·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숙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감사원이 제시한 시한에 맞춰 회신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는 감사원에는 「전직 대통령도 조사했다」는 명분을 주고 전·노 전 대통령에게는 「면죄부」를 제공하는 등의 절충점에서 매듭지어질 공산이 크다.<조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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