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긴급자금 대출문의 빗발/원화 급락… 채권시장 계속 한산/동아투금 “불똥” 은행들 집안단속 고삐○…종합주가지수가 하루종일 출렁대자 증권사가 객장도 주가추이에 따라 일희일비.
특히 상오장에 11포인트 이상 하락하던 종합주가지수가 하오장들어 상승세로 반전,객장 전광판이 파란불(주가 하락표시)에서 빨간불(주가 상승표시)로 물들어가자 심각한 표정으로 줄담배를 피워대던 일부 투자자들이 일제히 환한 표정.
특히 전체 장세를 가늠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이 16일 올들어 두번째 많은 1천3백억원 가까이 증가했다는 소식을 놓고 투자자들이 이를 나름대로 분석하느라 갑론을박.
일부는 『일반투자자들이 들어와 주가도 올랐다』 『실명제 쇼크가 위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한 반면 일부는 『실명제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현재 들어온 일반투자자는 정부의 부양책을 겨냥,초단기 이익을 남기기 위해 들어왔을 뿐이다』 『문제는 재벌총수 등이 가·차명계좌로 위장분산해놓은 엄청난 물량이다. 지금 숨을 죽이고 있지만 이들 물량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 주식시장을 붕괴할 것』이라며 「실명제 쇼크 잠복론」을 펴기도.
○…거래가 평소의 절반이하 수준으로 격감한 채권시장은 거래부진으로 한산한 모습.
이에 따라 각 증권사 채권부는 거래업무보다는 향후 장세분석에 더 신경을 쓰는 편. 주식시장과는 달리 고객들이 은행 등 기관들이어서인지 가라앉은 분위기.
특히 직원들은 채권시장이 요즘처럼 계속 침체할 경우 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상하며 정부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
또 직원들은 『채권시장은 무기명이 관례화된 시장이다. 실명제도 좋지만 급격하게 실명화를 요구하면 부작용이 커진다. 정부 당국에서도 이같은 채권시장의 익명성을 어느정도 보장해야 할 것 같다』고 주장.
○…실명제 실시 닷새째인 17일 은행들은 동아투금 창구직원의 가명계좌 8억여원 불법 실명전환사건이 발생하자 『공신력을 자랑하는 은행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태연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만약의 불상사」를 대비해 각 지점에 철저한 실명확인을 재차 지시하는 등 집안단속의 고삐를 강화.
은행들은 과거 수신확대 운동기간을 통해 각 영업점포마다 액수에 관계없이 가명 차명 도명 등 많은 비실명 계좌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엄격한 실명제 사후관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고객들의 집단항의나 공사 등을 우려,내심 점포별로 고객과의 「원만한 타결」을 기대하는 눈치.
은행 실명제 대책반의 한 관계자는 『시행초기라 아직 고객들과의 마찰은 없지만 실명전환 의무기간 후반부로 갈수록 예상밖의 민원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
○…실명제의 전격시행에 따른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방지를 위해 정부의 6천2백억원 추가지원 계획이 발표되고 건설어음 재할인 확대,영세기업의 진성어음 전액 할인 등 방침이 전해지자 은행창구에는 이날 아침부터 자금대출방법을 묻는 중소기업들의 문의전화가 쇄도.
그러나 일선 은행에는 아직 중기 지원책의 세부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발표만 해놓고 왜 돈은 내주지 않는거냐』 『회사가 당장 부도 날 판인데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말이냐』는 등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한편 은행 당좌창구에는 전보다 많은 중소기업들의 대출신청 및 문의가 몰려 실명제 실시이후 영세기업의 단기자금 조달채널이었던 사채시장이 사실상 마비됐음을 입증.
○…실명제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으로 소액예금의 인출이 늘고 일부 뭉칫돈들의 제도금융권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결제원이 이날 고시한 달러화와 엔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각각 8백10원40전과 7백98원97전을 기록하면서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하자 일부에서는 『실명제에 따른 원화의 불안심리가 외환시장으로도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외환 전문가들은 『계속된 원화 평가절하의 근본원인은 해외 외환시장에서의 미일 화폐강세에 있지만 실명제 실시에 따른 불안감 때문에 「안전통화」인 달러와 엔화가치가 더욱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
○…거의 가명예금을 거래일자를 소급해 수십개의 실명 소액계좌로 분할해줬다는 혐의로 은행감독원의 특별검사를 받고 있는 동아투자금융은 이와관련,『사실이 크게 와전된 것일뿐,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
동아투금은 고객 이모씨가 실명제 실시 첫날인 지난 13일 거래창구인 강남영업소에 가명으로 보관중인 CD(양도성 예금증서) 8억5천만원어치를 매입시점인 6월21일자로 소급해 실명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에 따라 관련 임원간의 대책회의에서 가능성 여부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쳐 응해준 것일뿐이라며 내용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주장. 동아투금은 이 사안의 경우 이씨가 CD를 금융기관에 단순 보관해둔 것으로,매입은 실명으로 했었기 때문에 보관통장을 가명으로 하느냐 실명으로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 즉 CD 실물보관을 금융거래로 볼 수는 없다는 것.
그러나 금융계 관계자들은 보관통장이 금융거래가 아니라고 인정하더라도 회사 전무가 참석한 대책회의에서 전산망가지 조작해 특정고객의 편의를 봐준 것이 용납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
재무부도 이와관련,18일까지 추가 위반사항이 있는지 검사를 계속한후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발표.
○…경제단체는 이날 대정부 건의안을 만들기 위해 분주한 모습. 전경련 상의 등 각 단체들은 특히 18일로 예정된 김영삼대통령과 경제5단체장의 오찬때 각 단체의 회장이 김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할 문안을 작성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전경련은 이날로 예정됐던 회장단 회의를 경제 5단체장의 대통령 오찬이 끝난뒤로 미루고 그동안 각 그룹의 자금담당자들로부터 수집한 실명제 실시이후 기업의 동향과 충격 최소화 방안을 마련했다. 상의나 무협 경총 기협중앙회 등도 김 대통령과 단체장의 오찬이 실명제에 대한 재계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하고 기업의 동향과 실명제의 파장,앞으로의 보완책을 담은 건의안 작성에 주력.
무협과 상의는 특히 지방회원사들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금명간 확정할 단체별 종합건의문에 충실히 담기 위해 지방회원사의 애로창구를 만들기도. 상의는 이미 지방상의에 전달한 지방기업 애로사항을 가급적 많이 모으도록 촉구했고 무협은 이날 9개 지방지부에 금융실명제 애로신고센터를 설치했다.<이종재·김경철·김상철·이성철기자>이종재·김경철·김상철·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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