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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허실/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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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허실/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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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 실시는 예상했던대로 엄청난 도전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깨끗한 사회」 「투명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로 가자면 극복해야 할 관문이다. 역사의 전진이 어디 피와 땀과 눈물의 대가없이 이뤄졌던가. 실명제 실시는 경제혁명이다. 한국경제를 잠식해온 지하경제의 발본색원이다. 가명,차명,무기명,허명,도명 등 다양한 베일속에 숨었던 「검은 돈」들이 설 땅을 잃게 된다. 지금까지 교과서속에서만 있었던 「경제의 정의」가 이 땅에서도 살아 움직이게 된다. 금융 따라서 경제의 지평이 달라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경유착의 단절」 「정치자금의 양성화」 등으로 정치에도 화학적 변화가 예상된다. 사회도 건전해지지 않을 수 없다. 금융실명제는 한국이 선진대열로 웅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를 가리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경제대국으로 G7(선진경제 7개국)의 핵심 회원국인 일본도 금융실명제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일이 있다. 한마디로 금융실명제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증언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어렵다』는 타령만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금융실명제의 성공적인 정착에 모두가 힘을 모을 때다. 물론 정부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정책의 수립,집행에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시행착오를 극소화해야 한다.실명제 실시를 완벽하게 하려면 모든 계좌의 실명화,자금출처 조사 및 누락세원의 추적과 추징,금융자산 이득의 종합과세,주식시세 차액과세 등이 한꺼번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처음 실시되는 실명제는 국세청 등의 전산망 설치미비 등으로 이 목적을 다 이행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실명화와 자금출처 조사 및 누락세원 추징만하고 나머지는 96년이후와 차기정권으로 넘긴 것이다. 이것만도 괄목할만한 과제다.

물론 정부로서는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우선 역점을 어디나 둬야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 정부의 목표는 실명화와 누락세원의 추징 등 두가지다. 토끼 두마리를 쫓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두마리 이상을 쫓아도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리한 것이 아니냐는 회의도 큰 것 같다. 그렇다면 제도정착에 최우선권을 두고 증세를 제도정착을 보완하는 주요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의견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 같다. 언론이나 경실련 세미나 등에서 금융실명제 실시는 처음 도입되는 제도이니 만치 『과거 들추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는 견해가 강하다.

일본이 그린카드제(실명제) 실시에 실패한 주요요인은 음성세원의 포착 즉 증세때문이었다고 한다. 금융실명제는 「검은 돈」의 베일을 벗긴다는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위력이 있다. 사정차원에서 자금출처를 조사하고 누락세금을 무겁게 추징한다면 「위기」 탈출을 위해 몸부림칠 것이다.

「검은 돈」 가운데는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는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의 돈도 있을지 모른다. 실명에 대한 저항이 커질수록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결국 강경책을 쓸 것인가. 온건책을 쓸 것인가의 문제인데 「미소작전」이 보다 효과적일 것 같다. 정부의 금융실명제 실시방안중 「검은 돈」이 가장 겁내는 것은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와 국세청에의 통보다. 실명화되는 비실명 금융자산이 5천만원 이상이 되면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를 받게 돼있다. 또한 실명·비실명을 가릴 것 없이 2개월동안에 현금 3천만원 이상 인출하면 국세청에 통보하게 돼있고 무기명인 CD(양도성 예금증서)도 금액이 5천만원 이상이면 역시 통보하게 돼있다.

이들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자금출처 조사대상 계좌는 3만계좌로 추정되고 있는데 국세청도 인력부족 등으로 10% 밖에 조사할 수 없다 한다. 해가 바람보다 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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