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실시 1주일도 못돼 벌써부터 반실명제 사범들이 등장,그 처리와 대책이 주목된다. 이런 사범이나 사례를 방치할 경우 이 제도의 빠른 정착을 해치는 큰 걸림돌 노릇을 할 것이다. 중대문제가 아닐 수 없다.이미 노출되기 시작한 「검은 돈」 빼내기 사례는 은행·투금·증권사들과 짠 거액 가명계좌의 실명가장 소급분할인출,허위실명확인 수법을 비롯,일부 사채업자들에 대한 노출기피 가명계좌 불법거래,해외출자 및 송금빙자 도피 등등이다.
특히 엊그제 경실련에 의해 당국에 고발된 동아투금의 경우 실명제 실시 첫날부터 반실명 범행이 저질러졌음을 드러낸 것이어서 놀랍다. 동아투금측은 큰손과 짜고 거액의 가명예금을 지난 6월로 소급해서 자금출처 추적을 피할 수 있는 5천만원 이하 소액계좌로 불법 분할해줬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법적인 「검은 돈」 빼내기 사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게 일부 금융기관의 노골적인 불법 부추기기 및 공모행태이다. 검은 돈을 몰래 굴려오거나 위장분산해온 「큰손」들이 법망을 피해 큰돈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는건 충분히 예상된 일이다. 그에 따른 당국의 여러가지 대책이 나왔거나 검토되고 있는 것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금융기관들마저 반실명법에 합세하기에 이르러서는 사태가 자못 심각해진다.
실명제 실시를 현장에서 실제로 이행하는 손발이 바로 금융기관이 아닌가. 그런 기관이 본분을 저버리고 반실명을 방조할 때 실명제의 빠른 정착은 요원하고 후유증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불행히도 오늘의 금융기관 실정이나 오랜 타성의 금융관행에는 반실명적 요소가 체질화되어 있다. 경쟁적 예금 및 수탁고유치는 온갖 범법·편법을 마다하지 않아 가명·차명·도명계좌를 오히려 조장해왔었고,실명제 실시후에도 나라장래나 빠른 경제질서 회복보다는 기관 이기심에만 사로잡혀 빠져나갈 계좌들을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 거액계좌의 소급실명화 분할 및 창구에서의 허위실명 확인 등의 범법에 계속 매달리려하는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 스스로에도 과거의 차명·도명계좌 알선책임문제가 사실상 걸려있어 그 책임에서도 벗어날겸 범법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겠다.
이런 틈새에서 일부 악랄한 사채꾼과 브로커들이 신분노출을 꺼리는 큰손들의 가명계좌를 헐값에 매입,위장법인 명의 등으로 세탁해주는 신종사업을 벌이기에 이른 것이다.
당국은 실명제 정착을 위협하는 이런 범법사례에 대해 제도적 감시의 강화는 물론이고 벌칙강화 등 철저한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아울러 「큰손」이나 노출기피 계좌 소유자들이 그런 범법에 매달리기 보다 합법적 실명화에 쉽게 응할 수 있게 보다 과감한 유인책도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검은 돈이건 깨끗한 돈이건 돈의 흐름에는 어떤 명분보다는 이익만을 좇는 속성이 있다. 당국은 그런 근본을 헤아려 범법사례의 발본과 가명자금 유인 및 제도정착에 더 한층 분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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