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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촌 애화 언제까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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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촌 애화 언제까지(사설)

입력
1993.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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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막장의 유일한 생존 광부는 말했다. 『마치 무덤에서 살아나온 느낌이다』 그와 함께 매몰됐던 5명의 광부는 막장이 결국 무덤이 되었다. 아니,두번 죽음을 당한 셈이었다. 탄더미가 무너지자 「생몰 92시간의 사투」를 벌였고,늦어진 구조작업 끝에 구출되자 다시 목숨을 잃었다. 생사의 명암이 시간을 다투며 엇갈렸다.유일한 생존자와 유족·동료들은 『조금만 더 빨리 구조했더라면 모두 살았을 것』이라고 한결같이 원망의 울음을 터뜨렸다. 그 통절한 심정을 위로할 길이 없다. 일각의 차이로 운명을 달리했음을 생각하면 오직 비통할 뿐이다.

매몰막장에서의 칠흑같은 92시간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전율을 일으키게 한다. 매몰 광부들은 초인의 의지로 기적처럼 공포와 절망을 이기고 버텨냈다. 구조가 단 몇분이라도 빨랐더라면 생존의 기적은 더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결과는 너무 늦었다. 이것이 안타깝다. 「살려낼 수도 있었는데…」하는 죄책감이 엄습한다.

나흘에 걸친 구조작업 자체도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구조대는 무너진 갱도를 굴진하다가 여의치 않자 우회 갱도를 뚫으며 1시간에 겨우 30∼50㎝씩 파고들어갔다고 한다. 최선을 다했으리라 믿어진다. 그러나 결과가 너무나도 안타깝기에 구조활동이 과연 만전을 기한 것인지 한가닥 의문도 없지 않다.

구조현장에 응급의료반이 대기못한 아쉬움이 있다. 구출되자 재빠른 응급처리라도 있었다면 단 한명이라도 더 살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날이 갈수록 채탄작업과 막장의 환경조건은 악화되어 간다. 폐광이 속출하고 광원들은 무더기로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광산도시 태백은 생활의 공동화현상을 우려하게 되었다.

그럴수록 광산의 안전대책은 강화되어야 한다. 더 깊이 더 멀리 파고가야 탄맥을 잡을 수 있기에 전근대적 안전대책으론 참사의 위험은 가중될 뿐이다. 더이상의 대비책은 불가능이라고 손을 놓고 위험과 대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무책임이다.

생명의 안전과 보장이 없는 직업이나 작업을 그냥 방치해 둘 수 없다. 사고의 예방과 더불어 구조작업의 개선이 시급하다. 생명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다는 사실을 거듭 음미할 필요가 있다. 사고만 나면 허둥대고 발만 동동 구르는 구태를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민도 무너져 내리는 광산의 현실에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광산촌의 애화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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